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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영 <전시 디렉터> |
우리가 처음 역사공부나 미술을 접할 때 출발점을 찾는다면 일반적으로 동굴벽화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벽화는 보존상태가 좋고 조형적, 색감적으로 현재 여느 작가의 작품이라 얘기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구석기 시대에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작품성으로 많은 미술 고고학자와 미술평론가에게 충격을 줬다. 동굴벽화만 보더라도 인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각에서 벗어나 기억하기 위해 그림이라는 기록을 선택했다.
요즘 우리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와 형태적으로 유사한 도시환경벽화를 흔히 볼 수 있다. 대구에도 마비정 벽화마을, 두류동 미로마을, 최근 관광명소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김광석 거리의 벽화 등이 있다. 이런 벽화들은 지자체의 도시정비사업과 맞물려 지금도 계속 생기고 있다.
현대의 이런 도시벽화를 논하고자 하니 멕시코의 벽화운동을 지나칠 수 없다. 1910년, 10% 미만의 지배계급이 소유한 땅에 종속돼 어렵게 생활하던 농민들의 반발로 10년간 투쟁 끝에 디아스의 30년 독재를 벽화운동으로 종식시킨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멕시코의 벽화운동은 사회개혁과 부조리의 반발로 생겨난 일종의 봉기적 의미를 가졌다. 이런 멕시코 혁명 자체는 현대 중남미 예술에 결정적 전환점을 제공했으며 이후 예술도 민중의 것, 민중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게 된 역사적 사건이다. 이는 그 옛날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지금시대에서는 거대한 건물과 낙후된 도시 사이를 잇는 도시환경디자인의 이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도시벽화의 역할은 잿빛도시에 참신한 빛과 색을 부여해 아름다운 벽을 만들거나 버려진 벽을 새 예술형태로 탈바꿈시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벽화사업으로 인해 도시미화를 위해 그려졌던 벽화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되어, 그리기 전보다 더 심각한 시각공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공공의 장소인 거리의 벽화는 도시의 공간, 환경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된 후 그림을 그려야 한다. 창의성과 작품성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전문가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도시, 더 나아가 세계에서 찾아오는 예술의 거리를 가진 대구는 모두가 꿈꾸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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