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무동 단산 일제강점기 동굴
높이 2.5m, 폭 3m, 길이 5∼10m
20기 모두 입구는 모두 서쪽 방향
동굴내부 쓰레기·오물·낙엽 가득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동편 단산 하식애에 일제가 만든 동굴진지 20개가 있다. |
‘옥쇄작전’(決-7호)은 태평양전쟁 당시 수세에 몰린 일본이 본토 사수를 위해 1945년 2월부터 일본 내 6개 지역, 일본 외 1개 지역(제주도) 등 모두 7개 지역에서 미군과의 마지막 결전에 대비해 진지와 벙커를 구축한 작전이다.
제주도에는 일제가 만든 전쟁 생채기 유적이 700여개나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송악산 해안 동굴진지다. 약 20개의 인공동굴이 해안을 따라 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또 가마오름·사라봉·서우봉·어승생악·성산일출봉·셋알오름 등지에도 수백개의 인공동굴이 있다. 목포, 울산, 부산 같은 해안도시나 섬에도 동굴진지가 있다. 유달산 일제 방공호 유적지, 목포 고하도, 추자도 동굴진지, 무안 현경면, 울산 남산자락 진지동굴, 울산 삼산비행장, 울산 신정도 동굴진지, 가덕도 등지가 그 예다. 제주도 등지에서는 이러한 근대전쟁유산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탐방로, 전망대, 모형물 등을 만들어 역사체험과 평화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한편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동편 단산 하식애에도 약 20기의 인공동굴 진지가 있다. 해안도시가 아닌 내륙도시 대구에 이 같은 동굴진지가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일제는 전쟁 막바지에 이르자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토치카와 같은 진지동굴을 구축한다. 단산 동굴진지 입구는 모두 서쪽을 향하고 있다. 동촌비행장에 착륙할지도 모르는 미군 전투기의 좌측 측면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동굴의 높이는 약 2.5m, 폭은 3m쯤 된다. 굴마다 길이가 다른데, 5~10m 사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대공포와 전쟁물자, 탄약을 비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다. 당시 동원됐던 사람은 모두 조선인이며 봉무동, 불로동 등지에서 약 3천명이 강제로 징발됐다고 알려진다. 이들은 인공동굴과 수로 등을 만들었다.
단산 동굴진지 내부는 각종 쓰레기와 오물, 낙엽으로 뒤덮여있다. 여러 기가 줄지어 있는 동굴을 따라 좁은 시멘트도로가 나 있지만 동굴 앞은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안내간판 속 사진은 퇴색해 바래고 페인트칠은 벗겨지기 일보직전이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을 기획하고 조성한 권영시 전 앞산공원관리소장은 “이렇게 생생한 근대전쟁문화유산을 방치하다시피 버려둔 게 너무 아쉽다”며 “동굴 2개 정도를 정비하고 안내간판, 조형물, 조명을 설치해 청소년 역사체험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동굴 앞 개천에 나무다리와 데크를 설치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정만진 대구지오 자문위원은 “일본이 태평양 침략전쟁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이 일고 있다. 당시 전쟁유산도 잘 보존해 다크투어리즘을 활용한 평화교육의 장으로 조성하는 한편 그 증거로 제시함이 마땅하다”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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