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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보당암 석굴 일연 스님의 정진처?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팀이 지난 10일 비슬산 대견사 아래 50m 지점 암벽 중간에 정방형의 석굴을 발견했다. 권영시 전 앞산공원관리소장은 이 석굴이 보당암과 관련이 있으며 굴 안에서 일연 스님이 수행정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인각사 보각국존비에 ‘일연이 보당암에서 주석하며 참선했다’기록
권영시 전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비슬산 대견봉 암벽 아래서 발견
주변에 절터와 샘도 있어…“대견사와 보당암은 별개라는 증거” 주장
‘대견사의 전신은 보당암이 아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될수 있을까? 권영시 전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63)이 비슬산 대견사로 가는 옛 등산로 대견봉 산정부에서 보당암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 보당암으로 창건된 사찰이란 게 정설이었다.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팀이 확인에 나섰다.
지난 10일, 권 전 소장과 정만진 대구지오 자문위원 등은 커버스토리 ‘대구지역 동굴을 찾아서’ 취재차 비슬산에 올라가 보당암으로 추정되는 절터와 샘, 석굴을 확인했다. 비슬산 아래에서 가면 휴양림 연못에서부터 직선으로 올라 임도 끝 힐링 쉼터(옛 절터)를 지나 산정부 좌측으로 오르는 8부 능선에 위치한다. 대견사에서 가려면 사찰 뒤 나무 데크로 된 서쪽 능선을 따라 대견봉 방향 ‘뽀뽀바위 전망대’에서 아래쪽으로 50m쯤 내려가면 찾을 수 있다. 이곳은 현재 등산로가 아니다. 산길은 물론 토끼길 흔적도 없다. 잡목과 덤불로 우거진 밀림을 헤치며 바위틈을 비집고, 때론 엉금엉금 기어가야 하는 난코스다. 수년 전 권 전 소장이 답사한 적이 있지만 그사이 한 번도 가지 않아 길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날 일행은 오전 ‘보당암 석굴 찾기’ 1차 시도에 실패하고, 오후 늦게 대견봉 남편 암벽 쪽으로 내려가서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석굴 20m 위쪽 지점에 절터로 추정되는 평지가 있었다. 평지에는 옹벽과 기와, 도기 파편이 널려있었다. 석굴은 여러 개의 바위가 중첩된 중간에 위치했으며 높이와 폭은 약 1.5m, 길이는 3m 가까이 되는 정방형 구조다. 석굴 안으로 두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석굴 서편은 좌선이 가능할 정도로 바닥이 평평했다. 또 천연 샘물이 있어 사람이 기거해도 될 듯했다.
“수년 전 등산로를 내고자 이곳을 찾았을 때 석굴 인근에 허물어진 움막이 있었습니다. 미관상 보기가 흉해 공익요원과 함께 철거했지요.”
권 전 소장은 당시 이 석굴이 보당암석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재작년 ‘삼국유사 재해석과 왜곡 사이’를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한 이후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발표자였던 김정학 전 천마아트센터 총감독이 일연 스님이 대견사에 가고자 입산해 안주한 기록이 어디에도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군위 인각사 보각국존비에 ‘일연이 포산(현 비슬산) 보당암에 주석(駐錫·입산 후 안주)하며 참선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었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 건립한 사찰로 신라~고려~조선을 거치면서 모든 문헌에 그 명칭 그대로 기록됐을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보당암이 대견사의 전신이 돼버렸더군요. 그래서 사실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권 전 소장은 비슬산과 접해 있는 달성군 유가면 용3리 주민을 찾아 일일이 탐문한 결과, 하나같이 보당암 추정지를 ‘보재암지’라 부르고 샘을 ‘보잠샘’이라 부르는 것을 확인했다. 한편 삼국유사를 다시 뒤졌다.
“삼국유사 피은 8편 ‘포산 이성’에 도성과 관기 두 대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가운데 ‘도성은 북쪽에 있는 굴에서, 관기는 남령의 암자에 기거했다’는 기록을 찾았어요. 이 기록으로 추정한다면 대견봉 정상부 남쪽 인근에 기거했을 것이고, 그 암자는 보당암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실제 도성암과 관기암 절터 일직선상에 보당암이 있거든요.”
권 전 소장은 일연 스님의 득도처가 비슬산이고, 비슬산 보당암·묘문암·문주암 등지에서 약 22년간 머물렀는데 여러 정황을 추정해 볼 때 보당암과 대견사는 완전히 별개의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동행한 정만진 위원은 “언어의 속성상 대중이 발음을 쉽고 편하게 하다 보니 보당암지와 보당샘이 보재암지와 보잠샘으로 변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명문(銘文)기와나 문헌에 나와 있으면 쉽게 확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발굴을 통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에서는 비슬산, 앞산, 팔공산 등지에 위치한 천연동굴과 인공굴을 소개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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