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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느림의 즐거움

2015-10-19
[문화산책] 느림의 즐거움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는 ‘정원의 즐거움’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무수한 창작력과 아이디어는 정원 일의 노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영감일 뿐이다.” 흙의 냄새, 꽃의 색깔, 낙엽의 소리 등 정원 일을 통해 삶을 배운 그의 이야기는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느리고 느린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집약되는 오늘날의 디지털 문명시대에서 이런 자연친화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여유로움과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조차도 바쁘게 비행기표를 구하고 짐을 꾸리고 관광을 위해 시간에 쫓긴다. 이유없이 조급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패스트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해 느림의 미학, 슬로푸드 등 많은 대안적인 삶이 제시되지만 느린 삶을 지향하면 인생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강박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패스트 증후군은 아이들의 사교육현장에서 더 잘 나타난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수학학원을 다녀온 후 “학원을 만든 사람을 꼭 찾아서 왜 학원을 만들어서 이렇게 고생시키느냐고 따지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부모 된 입장에서 가슴 뜨끔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오히려 아이를 나무랐던 기억이 있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선행학습이 없어지기는커녕 사교육은 더욱 심해지는 듯하다.

이런 ‘패스트 에듀케이션’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말살시키고 결국 학습에 흥미마저 잃게 되는 교육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빠름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됐지만, 결국 그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며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경제 또한 모래 위에 세워졌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노자는 인간의 욕구가 조화와 평형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을 ‘무위자연’이라 했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유유자적한 장자는 ‘소요유’를 통해 오늘날 질주하는 속도의 굴레에 있는 우리에게 하나의 대안적 가치를 제공한다. 자아 만족과 영혼과 자유의 해방, 감성이 감동으로 열리고 이 모든 것이 행복감으로 표현되면 느림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속도를 제어하고 관리하게 되는 주체적인 결과를 선물할 것이다.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며 우리 스스로를 기다리고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을 바로 세우는 삶이 있기를 희망한다.
정미영 <전시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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