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향금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 |
그림을 그리는 이에게 작업이란 철저한 자기 존재의 부연이다.
의도가 있기도 하겠지만 작가 자신도 모르는 채 그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딱, 자신만큼 그리는 것이다. 이것을 역설적으로 풀어본다면 작품의 진정성은 작가 자신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로 말할 수 있다.
그림 속에는 그린 이의 철학적 사고, 사물이나 주제에 대한 시선, 작가의 심리·정서적 표현들이 함께 배어 나온다. 그림의 선은 어찌 보면 작가 자신과도 같다. 그림 속 인물의 대상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작가를 닮아가는 것처럼 작가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11번째 개인전을 하고 있다. 개인전의 타이틀이 ‘바람 한 점 잡다’이다. 이 작업들을 하게 된 동기는 10년 넘게 해온 ‘사유 한 그릇’이란 화두와 안녕을 고할 때가 되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일상의 상념에서 건져올린 그릇 하나로 시작된 이 연작들이 10년을 훌쩍 넘긴 이유는 제목을 사람들이 외워버렸기 때문이다. 작가 이름은 몰라도 ‘사유 한 그릇’을 아는 이가 많다는 것이 재미있어 그것을 놓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은 ‘사유 한 그릇’ 연작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치유가 된다고 하였지만 예술적 소재나 표현은 가장 일차적으로 작가를 치유한다. 엄밀히 따지면 작가가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간의 상징화되어 있는 형식에서 내려와 두 사람이 안고 위로해주고 있는 모습 등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내용들을 담아내다 보니 ‘치유’라는 예술의 가장 큰 기능이 작가에게 먼저 작용하였나 보다. ‘나’를 모델로 한 위로의 연작들은 작가의 내면에 가라앉은 의식들을 휘저었고 뿌옇게 일어나게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하나하나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그것들이 정리되고 치유되어 갔다.
이렇게 그 순간순간의 느낌들이 바람과 같았기에 나의 삶의 언저리와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이 창작의 행위가 치유와 위로에서 ‘바람 한 점 잡는’ 작업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나는 예술에 의지한다. 우리의 삶 역시도 예술에 의지한다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한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