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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석 <월드인쇄 대표> |
저녁을 먹고 가끔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만나러 간다. 코끝에 묻어나는 싸늘한 바람이 제법 상쾌하다. 맑은 공기와 자연이 가진 건강한 치유의 기운이 느껴진다. 느리게 산길을 걸으며 일상에 지친 나를 되돌아보고, 내일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산에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아이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아마도 산이 가진 좋은 기운이 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온통 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지금 팔공산 단풍은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물결이 팔공산을 온통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익은 밤하늘 아래 가로수 길은 아름다움을 넘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환한 달빛과 가로등 불빛에 어우러지는 빨강, 노랑 단풍의 향연은 이 길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시로 유혹한다.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요즘 팔공산 갓바위는 수험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북적거린다. 기도를 올리는 어머니 얼굴에는 하나같이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가만히 얼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얼마 남지 않은 수능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의 짐을 어머니가 다 지고 온 것 같아 가슴이 시리다.
팔공산을 수년째 오르며 필자가 얻은 깨우침은 여러 가지다.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나누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었다. 봄이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신록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풍요와 아름다움을, 그리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모든 세상을 잠재우는 것을 보여 주었다. 6천300여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다 보면 나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던 세상일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세상이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피곤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도 한다. 개인 이기주의를 넘어서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입시교육에 찌든 우리의 아이들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대학의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일상에 지칠 때면 팔공산 갓바위로 가면 어떨까.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이 천년의 미소를 가득 안은 채 산을 찾은 이들에게 조용한 깨우침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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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갓바위 母情](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1/20151104.0102308024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