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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아름다운 순간들

2015-11-09
[문화산책] 아름다운 순간들
남혜경 <화가>

그날의 환영들이 가라앉지 않아 전 오늘도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전 며칠째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날의 벅찼던 그 감정으로 인해.

유난히 가을 향기가 짙은 그런 아침이었어요. 후포에 계신 한 선생님의 초대로 가을 자전거 라이딩 팀을 결성했습니다. 대구스타디움 주차장에 몸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온 선생님을 포함해 5명이 모였습니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걱정스러웠지만, 우린 뭉치면 모든 게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습니다.

자전거를 잔뜩 매단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어촌의 자그마한 마을, 소박한 집. 하지만 꽃이 가득한 예쁜 마당, 그리고 반갑게 맞아 주는 그리웠던 얼굴들. 아! 그런데 아파트라고 하네요. 조금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낭만적인 창문을 기대해 봅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오래된 낡은 건물이었고 나의 낭만적인 상상은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현관에 들어서자 실망이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입구에 걸린 손수 만든 특이한 거울에다 우리를 환영하는 듯 활짝 웃는 얼굴의 나무 조각, 멋진 그림들, 직접 만든 탁자 등. 여기저기서 주인장의 예술성에 감탄하는 환호성이 터져나왔지요.

정신을 차려 둘러본 그 공간은 아다미(아담하고 다정한 미술 선생님이라고 학생들이 지어 준 별명)씨의 뛰어난 감각과 열정이 뭉쳐져 집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바닷가 마을답게 바다 내음이 솔솔 풍기는 정성이 가득한 밥상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그날 우린 단지 음식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기다리던 환상의 해안도로로 라이딩을 나갑니다. 고즈넉한 바닷가 마을은 우리의 자전거 대열로 인해 골목마다 생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방파제 위로 비릿한 바다 내음이 피어오르고 출렁이는 파도 사이를 유연하게 헤엄치는 숭어들, 그 틈을 노리는 갈매기들의 바쁜 날갯짓, 바위 위를 수놓은 아름다운 성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질주합니다. 이 순간 우리를 막을 그 무엇도 없습니다. 아픔도 질투도 두려움도 미련도 오늘은 바닷바람에 모두 날려보냅니다. 하얀 파도는 우리를 응원해 주고 모래사장은 우리의 근심을 덮어줍니다.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많은 이를 감동시켰습니다.

이 글은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가신 아다미 선생님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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