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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유쾌한 몸살

2015-11-16
[문화산책] 유쾌한 몸살
남혜경 <화가>

엊그제부터 목이 따끔거리더니 이젠 코까지 점령한다. 몸살까지 겹쳐 한밤중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하지만 내겐 유쾌한 몸살이다.

요즘 그림 그리는 일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이 색 저 색 넘나드는 그런 작업에 신이 난다. 청도의 촌집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나서부터일까? 혼자 있어도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진다. 커피 한 잔 들고 느긋하게 음악을 듣다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을 화폭에 담아본다. 그러다 문득 배가 고파지면 텃밭에서 딴 채소로 부침개를 만들고, 따뜻한 쌀밥에매운 고추 넣은 칼칼한 된장찌개를 올리면 황후의 밥상이다.

그러다 심드렁해지면 동네 탐방에 나선다. 동네 골목길은 말 그대로 풍경화다. 그 자체가 그림이다.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이루어진 골목길에 늘어선 블록 담 위에 얹힌 여러 모양의 돌멩이들은 바로 조형예술이다. 골짜기 사이로 졸졸 내려 오는 맑은 물줄기, 제 무게에 못 이겨 축 늘어진 석류 나뭇가지, 담 위로 우뚝 선 감나무, 기와집, 반양옥집, 멋진 별장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산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어두움이 밀려오면 반짝이는 반딧불이로 인해 산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인적 드문 산길이 더럭 겁이 나 저수지 쪽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저수지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골목길을 돌아돌아 가는 길. 또 하나는 콧노래 불러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탁트인 파란 논두렁길. 조금 걷다 보면 감나무가 빽빽이 있는 비탈길 위로 작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조금만 가물어도 금세 바닥이 보이지만 산 물을 받아 머금은 작은 저수지는 갖가지 생물들이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러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창가의 책상에 앉아 정신없이 작업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창밖의 풍경이 싱그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홀로 시골에서 작업하다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치고 때론 원인 모를 설렘에 빠지기도 한다. 요즘 생각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맞은 감정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한참을 씨름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미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몸이 벌써 투정하기 시작한다. 무리를 했나보다.

하지만 이 정도 몸살은 즐거움이다. 흥겨운 작업 후의 몸살은 나름 유쾌하고 행복하다. 흐뭇한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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