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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눔의 기쁨

2015-11-17
[문화산책] 나눔의 기쁨

뜨거운 여름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을 즐기다 보면 성큼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맘때가 되면, 어느새 또 그리워진다. 떠올리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청송 얼음골의 꿀사과 맛이 생각난다. 내가 소속된 당기나기봉사단에서는 매년 수확철이 되면 농촌 일손 돕기 봉사를 가는데, 청송의 과수원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부터 이미 기분은 특별해진다. 때를 맞아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속속들이 번진 색색의 단풍들이 먼저 눈길을 훔친다. 그리고 가지가 늘어지도록 달려있는 길가의 사과들을 보고 있으면, 뜻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먼 길을 달려와 과수원에 발을 딛는 순간, 순수한 공기와 정감 있는 사과향기가 금세 주변을 채워온다.

성큼성큼 사다리에 올라가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따고 있자면, 아직도 따가운 늦여름의 햇볕이 밀짚모자를 통과해 머리를 달군다. 마냥 그것이 괴롭지만은 않아 내 얼굴도, 내 마음도 사과처럼 붉게 물들어 간다. 주인의 너그러운 인심과 아량으로, 힘들고 갈증 날 때쯤 나무 꼭대기의 가장 잘 익은 사과를 따서 한 입 베어 문다. 노란 꿀이 꽉 찬 그 과즙의 맛은 천하일품, 오직 그 순간,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해갈이다.

한 바탕 땀을 흘리고 주인이 정성들여 준비한 점심을 앞에 두자면, 일찍 서두르느라 먹는 둥 마는 둥 해버린 아침이 때늦게 배를 울린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과 정성, 맑은 공기, 그리고 사과에까지 번진 붉은 가을날의 단풍이 입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만한 진미를 찾을 수 없다. 두둑한 배를 안고 서둘러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면, 상품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감사의 마음까지 덤으로 듬뿍 담긴 사과를 한 상자씩 챙겨주신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선물을 건네받는 그 순간에, 그날의 피로가 씻은 듯 가신다.

다른 과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과 역시 열매가 알맞게 익은 그 짧은 기간 안에 수확을 끝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맘때가 되면 아이 손, 어른 손 할 것 없이 모두의 손이 요긴하게 쓰인다. 급속도로 증가한 청년층의 이탈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지역 농촌에는 꼭 필요한 봉사인 것이다. 그들에게 내 힘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찬 일이다. 갑갑한 도시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필요한 곳에 내가 쓰일 수 있다는 그 기쁨이 모여 배가되면서 가슴을 충만하게 한다. 청송 얼음골 과수원에서의 사과 따기 봉사는 어느새 내 삶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가을이 되기만 하면 손꼽아 기다려지는, 감사하고 행복한 이벤트다.
김천일 <청우물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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