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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혜경 <화가> |
작년 4월 어느 날, 나의 하나뿐인 조카는 천사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날 우연히 어느 배의 침몰 소식을 듣고 놀랍고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동생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이가 그 안에 있다고,
“내 새끼가 배 안에서 아직 못 나왔다”고 울부짖는 동생 목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지기를 여러 번이나 반복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자 두려움이란 것이 나를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어쩌지? 정말 못 나오면….’
그러다가 ‘아니, 영민하고 재빠른 아이니까 이미 나와있을지도 몰라’ 하며 마음을 달래보았다.
그날 밤을 하얗게 지새우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견디기 힘든 두통 이후 죽음 같은 잠이 나를 점령해왔다. 새벽같이 부랴부랴 달려간 어느 체육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울부짖는 소리, 분노에 찬 고함 소리, 윙윙 울리는 마이크 소리, 급한 발걸음들, 시도 때도 없이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천둥 같은 카메라 셔터 소리….
동생 내외는 실신하길 여러 번, 초죽음이 되어 링거에 의지하고 있었다. 핏줄이 터진 쾡한 눈으로 통곡하는 모습을 어떻게 형언할 수 있을까.
불현듯 일어나 항구로 달려가 아들을 목놓아 부르기를 수백 번 반복한 지 1년이 훨씬 지나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였지만 초점 없는 텅빈 눈동자를 지닌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내겐 큰 형벌처럼 다가왔다.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무능함과 원인 모를 죄책감에 너무 미안하고 슬픔이 수시로 엄습해 온다.
세월이 흐르면 슬픔이야 어느 정도 희석되겠지만 삶의 목표를 잃은 동생 내외의 이정표 없는 긴 여정은 또 다른 고통으로 그들을 옭아매지 않을까 두렵다.
아직 작은 천사는 돌아 오지 않고 동생에겐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고 그리움과의 싸움은 죽을 때까지 치열하게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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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작은 천사 내 조카](https://www.yeongnam.com/mnt/file/201511/20151130.0102308121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