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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새해, 헌 사람

2016-01-04

새해다. ‘새’ 해가 올 때마다, 나는 점점 ‘헌’ 사람이 된다. 헌 사람이 되어가는 정도를 수치화한 ‘나이’라는 것이 있어 옴짝달싹 못한다. 세상은 ‘2016’이라는 숫자를 달기 전부터 떠들썩했다. 매스컴은 특별 기획물을 내놓는다. 영화나 가요계에서는 시상식을 연다. 작은 상부터 큰상의 순서로 주는데, 얼른얼른 주지 않고 질질 끈다. 제일 마지막에 받는 사람은 애가 많이 탔나 보다. 눈물까지 흘린다. 오밤중에 커다란 종 주위에 몰려들어 새해를 자축한다. 시민 대표 몇 명이 종을 치고, 사람들은 환호한다. 아직 깜깜한데, 새해가 밝았다며 아나운서가 기뻐하란다. 타종 직전, ‘헌’ 해를 폐기하는 의식인 카운트다운도 중요한 행사다. 5, 4, 3, 2, 1, 0, 이렇게 수를 하나씩 빼가며 센다. 이렇게 덜고 덜어서 새해에 도착했더니, 아뿔싸 나이는 한 살 더 보탰다.

자기 나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세상이 이렇게 압박하니, 나이 계산이란 걸 해 봤다. 2016이라는 낯선 수에서 내 생년을 빼고, 다시 거기에 1을 더하면 된다. 설마? 이건 울 엄마 나이 아니었나? 정말로, 이게 나를 규정하는 숫자란 말인가. 어디, 다시 한 번 해보자, 잘못 계산했을지도 몰라. 내가 원래 수에 약하잖아.

불행히도 계산은 틀리지 않았고, 싫든 좋든 나는 그 숫자를 인정해야 한다. 수로 매겨지는 나이가 야속하지만, 가끔씩 수는 나같이 둔한 사람에게도 깨달음을 준다. 40대에 막 진입했을 무렵의 일이다. 출석을 다 부른 후 출석부를 ‘탁’ 하며 접는 순간, 내 앞에 20대의 학생들이 앉아 있는 거다. ‘그래, 얘들은, 딱 내 반만큼 살았어.’ 이런 걸 ‘섬광’이라고 하던가. 얘들은 이 출석부처럼 접힌 상태야. 펼쳐지지 않았지. 펼치면 어떤 페이지가 나올지 몰라.

지금은 부족해도, 좀 탐탁지 않아도, ‘펼쳐지는’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여갈, 나보다 훨씬 ‘새’ 사람들. 이 사실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 물론, 이 아이들도 여러 번의 새해를 거치면서 차차 ‘헌’ 사람이 되어가겠지. 때 묻고 너절한 헌 사람이 아닌, 깊이 있고 원숙한, 그런 헌 사람. 타인에게만 너그러워지려는 것이 아니다. 스무 살 시절 모자라고 어리석었던 나 자신도 사면 대상이다. ‘40대’ 현재의 나는, ‘20대’의 나를, 이해하노라, 용서하노라, 적당히 눈감아 주겠노라.

새해다. 새해가 밝았다. 헌 사람이라 그런지, 해라도 새 것이니 마냥 좋다.김영해 <계명대 시각디자인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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