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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 |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이 말은 특별활동을 할 때 쓰는 용어였다.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허리 펴서 하늘 보기나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쳐다보던 일 등 무엇인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문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21세기형 도시인의 창은 손바닥에 있다. 바야흐로 세상은 내 손 안에 있다. 손바닥만 한 창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손안의 창을 못 보면 눈에 가시가 돋는다. 잠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않고 무시로 SNS를 통해 등록된 친구들(?)이 올린 정보를 들여다 본다. 이 친구들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을수록 ‘좋아요’와 ‘댓글’로 배려를 하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창을 보고 사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우리는 그 창으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세상과 만난다. 마치 천국으로 들어가는 바늘구멍이 무한히 넓어진 느낌이라고 할까. 이렇게 가볍고 편안한 시스템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될 것 같은데 사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현실은 팍팍하게 돌아간다. 이 손 안의 창을 들여다보는 것은 습관이 됐다. 어디서나 수시로 들여다봐야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직업상 더 큰 관심거리에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 한 해 미술계는 소란했다. 대한민국 미술문화의 대표격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일 년 넘게 수장도 없이 지나왔다. 소요와 갈등 뒤 긴 침묵을 깨고 임명된 관장에 대한 얘기로 다시 시끄러웠다. 손 안의 창을 보는 다수의 침묵 속에서 소수의 갈등은 여전히 상처로 얼룩진다. 대구미술관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학예연구실 실장과 팀장이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미술관 학예직은 미술인에게는 선호도가 높다. 이기심이건 패배감이든 많은 상처를 남기고 지난해도 갔다.
예술작품은 그 사회를 들여다보는 마음의 창이다. 원시동굴에 그려진 벽화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모든 예술은 그 시대의 삶이 담긴 창이고 시대의 흔적이다. 우리는 그 창을 통해 역사를 보고 문화가 소통되는 방식을 습득한다. 그것으로 판단의 근거를 삼는다.
요즘은 손바닥 안의 문화가 세상을 바꾼다. 손안의 창은 손가락 터치가 관건이다. 손바닥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문화의 주체다. 행동대장인 손가락보다 창을 들여다보는 눈이 변해야 손 안의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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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손안의 창](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1/20160105.0102508084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