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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대구도 문화 기관마다 새해 계획을 밝힌다. 특히 공공기관인 경우 큰 틀에서는 기관의 목적이나 방향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기관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세우곤 한다. 현재는 제목으로밖에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일 년 내내 대구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 밑그림이 이미 그려진 것이다. 지난해 역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고, 대구가 통계적으로도 인구수 대비 예술을 풍부히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풍부함 가운데서도 매번 느끼는 위기감이 있다. 문화적 인프라가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그 인프라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특히 예술가의 생태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러한 대구의 인프라가 언제까지 순항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매년 작가공모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데 전문 예술가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작가들의 예술적 생존은 많은 부분 기금이나 지원에 의지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 지역에서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서울을 향하는 젊은 예술가, 생활을 위해 예술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계가 예술의 생산자·소비자·매개자란 주체로 구성된다면, 이들의 서식지는 이들이 만나는 접점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서식지 가운데 하나가 문화기관이라면 기관이 추구하는 문화에는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경험을 만들고 쌓아 스스로 작동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이름난 예술가나 세계적인 예술도 좋지만, 예술가의 예술과 삶의 기반이 자신들이 속한 지역이라면 지역 자치적·자주적인 예술의 모습을 그려보아야 할 것이다.
매년 새해의 시작은 이전과 다음이 연결되는 순환하는 길 가운데에 있다. 앞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계획에 현재의 문화 순환체계를 직시하고 각 문화주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담겼으면 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족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위해서는 단지 한해 한해를 보지 않고, 10년 후나 20년 후를 내다보다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누리는 소비자도 문화의 가치를 향유하는 즐거움에만 두지 않고 예술가와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끈끈한 동지애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거리를 채우는 노래, 공간을 채우는 빛과 색 등이 더욱 생기를 띠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민영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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