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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람 <시인> |
근래 들어 ‘스노비즘(snobism)’이라는 말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전을 보면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며 고상한 체하는 성질. 금전이나 영예 등 눈앞의 이익에만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흔히 우리가 알기로 속물근성에 해당하는 단어다. 속물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본다. 속물이란 교양이 없으며 식견이 좁고, 세속(世俗)적 이익이나 명예에만 마음이 급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이 둘을 종합해보건데 출신이나 학벌은 좋으나 교양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며, 돈이나 명예만 좇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가리킨다고 보면 되겠다.
자기의 생각은 없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모습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주관도 없이 물질과 같은 세속적 욕망만을 좇는 속물들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인가 생각하다 나온 결론은 나 또한 속물근성이 배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있어 사람을 가장 쉽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학벌과 직업이다. 나는 적어도 학벌이 좋지 못하고 연봉이 높은 전문직이 아니기에 그것을 은연 중 자랑하며 고상한 체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조건이나 스펙 등으로 사람을 판단해왔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노비즘’이 자리한다. 사회의 주요 일원에서 뒤처지거나 도태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쳐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이다. 인간에 관해 탐구하는 인간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학·철학·역사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간은 누구나 잘살고 싶고 그러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출신과 학벌·금전·명예 따위를 좇는다. 하지만 인문학은 그 반대편에서 존재한다. 시류나 세태,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 사회적 분위기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분명한 세계관과 철학을 정립한다면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혼란스럽더라도 자기가 뜻한 삶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가 있다. 인문학을 바르게 세울 때 가능한 일이다.
교양이 있고 식견이 깊고 넓으며 세속적 이익보다 인간 정신을 한층 고양시키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목표이자 행복을 향한 길이라 인식한다면 타인을 대하는 자세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우리 내면과 사회 곳곳에 자리한 ‘스노비즘’은 자연스레 추방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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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 안의 ‘스노비즘’](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1/20160120.0102307562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