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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 |
15년 만의 한파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 붙었다. 중부지역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를 넘는다고 한다. 강추위라도 할 일은 해야 하니 현관 앞에서부터 털옷이며 신발, 머플러에 모자까지 중무장을 하고 문을 나섰다. 겹쳐 입은 두꺼운 옷으로 감각이 무뎌지고 가방의 무게는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차가운 바깥 공기에 적응도 하기 전에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후려친다. ‘겨울인데 당연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꺼번에 몰려온 동장군이 야속한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새해 들어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아졌다. 전시를 하기 위해 작가의 작업실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몇 달 전부터 작업실에 꼭 한번 가겠노라고 약속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이래저래 해를 넘긴 곳도 있었다. 새해 인사도 하고 미술계의 동향이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눌 참으로 길을 나섰다. 1박2일의 작업실 탐방이다. 다행히 서울과 경기 지역 동장군 기세가 절정에 달하기 전이었다.
추운 겨울 석탄이나 장작 난로 위에 놓인 주전자에서 올라오는 김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데운다. 난로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고구마를 구워먹는 일은 작업실의 일상풍경이다. 객을 맞은 주인장은 난로에 연신 장작을 넣고 미술이 아닌 미술가를 말한다. 곧 있을 해외전시로 출국을 앞둔 작가의 눈은 한파 속에서 더욱 빛났다. 동행한 미술인에게 격려를 하다가 미술가를 위한 담론의 부재가 만드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목청을 높였다. 열심히 공부해서 활동하는 똑똑한 평론가들도 많고 미술관이나 기획자들도 많아졌지만 오히려 담론이 사라진 것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작품만 보고 작가를 보지 않기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작품보다 상품을, 비평보다 주례사를 남발하는 미술계가 답답하다는 요지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중견작가의 충고를 그냥 지나치기엔 미술계에 드리운 석연찮은 부분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 예술가는 담론(discourse)을 활성화하는 것은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한다. 작가의 태도와 삶을 주축으로 하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예술활동이 그렇듯이 담론 또한 열정과 지속적인 의지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작 중심의 담론을 형성하는 것은 예술의 존재 이유를 찾자는 것이다. 감각과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배출과 활동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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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목마른 미술담론](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1/20160126.01025075806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