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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수 <극단 엑터스토리 사무국장> |
한동안 중국에서 살았다. 여기선 어느 식당을 가든 이빨 빠진 그릇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 당당하다. ‘이 이빨 빠진 그릇이 가게가 오래된 곳이라는 방증’이라고 한다. 손님에게 최고의 것을 제공하기 위해 새것같이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 정서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이 사람들의 내공은 무림소설에 나오는 고수들 수준인가. 역시 중국은 문화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고 느꼈다.
나에게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 산 두꺼운 겨울 롱코트가 있다. 지금도 아주 가끔 입는 이 코트는 20년은 족히 넘은 것이다. 요즘은 얇은 코트가 대세다 보니 사람들은 이 코트를 구식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 코트가 좋다.
대한민국의 최고 고물(古物)은 숭례문(남대문)이다. 고물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2008년 방화사건이 있었을 때 안타까웠을까.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사람이 “오래된 것은 다 버리자”고 말하자 그의 아이가 “그럼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된 할아버지를 버리자”고 한 콩트를 보면서 고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생각해본다.
우리는 새것의 노예가 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이익을 위해 생산력을 높이는 데 노력한다. 미디어를 통해 소비를 부추기고 상품 수명주기 등 유통전략을 이용해서 소비자를 노예로 만든다. 그래야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예가 된 시민들은 자생적으로 소비문화를 만들고 생산자를 움직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아동극 ‘벌거벗은 임금님’이 떠오른다. ‘사치대마왕’ 임금님은 결국 재단사에게 현혹돼 벌거벗게 되고 백성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는 안데르센 동화다. 이 아동극의 배우는 아이들에게 “새것만 찾지 말고, 아끼고 가진 것에 만족하자”고 약속한다.
우리도 삶 속에서 너무 새것만 고집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추억을 즐기는 나로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가 바뀌는 도시의 모습이 야속할 때가 있다. 10년 전 이민 간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누며 소중한 시간을 보낸 가게는 없어진 지 오래고 앞산을 가로지르며 산길의 멋과 대구의 야경을 선사하던 앞산순환도로는 확장돼 편리하지만 추억과 낭만은 앗아갔다. 오래된 거리나 건물이 주는 느낌은 그 어떤 재료나 건축자재로도 표현할 수 없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우리의 손길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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