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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큐레이터> |
설 연휴를 지내고 따뜻한 봄을 알리는 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핑크빛 봄타령이 너무 성급했나 보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예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스캔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인 정명훈이 불명예스럽게 떠나게 되었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이우환 작가의 위작 논란이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예술가라는 것과 그들이 쌓아올리고 성장한 문화적 배경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활동하는 열정과 창조적 에너지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 경제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기반이 약한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가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시기와 질투, 정치적 관계, 비윤리적 행동과 말, 예술정책의 모순, 나약한 문화의식, 돈의 논리, 미디어의 파워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선 무엇을 하더라도 무관심하다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예술가에게 전폭적 신뢰가 주어지는 일은 흔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 무조건 목을 맨다. 이것은 많은 예술가들이 해외유학을 다녀왔고 또 지금도 무수히 유학길에 오르는 이유다. 20년 전에 선진국문화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필자를 프랑스 유학길로 나서게 했다.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의 경제 문화적 성장에도 여전히 문화적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이라거나 문화예술정책 그리고 대중의 인식 등 많겠지만, 유독 국제적으로 성공하거나 유명해지면 무조건 목을 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오늘’에 살지 않고 내일을 위해 살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지 못하는 성급한 마음으로 짓는 집은 사상누각이다. 내일만을 위해 사는 삶은 허상을 좇기 쉽다. 오늘에 충실한 내가 만드는 내일이 되어야 스스로 모델이 되어 허상에 목매지 않고 살 수 있다. 예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의식도 단숨에 키워지지 않는다. 문화단체나 재단이 많이 생겨서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아무리 많이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성숙할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도 예술도 오늘아 안녕. 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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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내일만을 위한 삶](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2/20160216.01025081147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