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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교 <시인> |
‘어찌 어찌하야, 다른 이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눈길을 주었고,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 그만 절벽으로 낙화했다. 떨어지는 짧은 그 순간에 내 입가엔 환한 웃음이 번졌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다는 게 기뻐서였다. 품에 그녀를 꼭 안고 내 등으로 바닥을 품으면 될 일. (그녀가 다치지 않게) 비록 나의 모오든 뼈와 살은 생명을 잃겠지만, 꿈속에서도 기뻤던 것이다. (그리고 흰 새벽 깨어 보니 봄비다)’
필자가 꾼 꿈 이야기이다. 2016년, 첫 날이 밝고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어떤 이는 아주 소소한 꿈을 꾸었을 테고, 또 어떤 이는 원대한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설치미술 하는 지인과 아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그는 이번 봄엔 대학원을 가기로 했단다. 그는 들꽃과 같고 바람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에게도 목마름이 있었나 보다. 여전히 당찬 꿈을 꾸며, 앞으로 나가는 그가 부러웠다.
3월 봄기운이 빼꼼히 문을 열었다. 새해 첫 날이 벌써 몇 달은 지났지만, 3월은 여전히 새로움의 시작이다. 흔히 말하는 삼일천하가 아니라, 삼월천하쯤은 되어야 포기할 수 있는 명분이라도 얻지 않겠는가. 끝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고, 시작의 시작 역시 새로운 시작이다. 환한 봄날을 앞에 두고 겨우내 웅크렸던 심장을 마저 웅크리겠다는 것은, 어쩌면 지독한 겁쟁이란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사랑이 그리운 친구는 사랑을 찾아 나서고, 바다가 그리운 이는 바다를 찾아 나서야 한다. 꿈과 열정을 지닌 자만이 꿈을 꿀 수 있고 새로운 삶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한 번 꺾인 꿈이라면 젊은이는 젊음을 무기로, 어른은 경륜과 아량으로 다시 길을 가면 된다. 3월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환한 꿈같은 것이다. 당신은 초록을 보기만 하여도, 여전히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는가.
꿈을 열고, 가슴을 열고, 그도 아니면 따뜻하게 사람을 품어보면 어떨까. 그도 아니면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 당장 자전거를 타고 다이어트에 나서 보는 것은? 가벼워 보이는 꿈이란 없다. 가볍다는 것은 말일 뿐 결코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행동에 옮기는 즉시, 그것은 삶에 또 다른 좌표가 된다. 요즘 TV 맥주 광고에 나오는 말을 잠깐 빌리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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