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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리고 다시 봄

2016-03-08
이성호 <포스트콜로퀴엄 기획팀장>
이성호 <포스트콜로퀴엄 기획팀장>

어느 날 갑자기 10여년 전 삼촌이 사용하던 휴대전화기에서 벨이 울리고 지금은 돌아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해 늦봄 고기잡이를 좋아하던 삼촌은 늘상 바쁜 나에게 이번엔 꼭 같이 송어잡이를 가자며 일자를 미리 못박아둔 터였지만 약속을 몇 주 앞두고 그만 뜻하지 않은 일로 세상을 등졌다. 나에게 사촌동생이 되는 큰 아들을 사고로 일찍 먼저 보낸 터라 몇 년간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살다 보니 그것이 병이 돼 그리 된 것이라 짐작할 뿐이었던 나는 삼촌에 대한 연민으로만 오랫동안 그를 추억했다. 하지만 유품이 되어버린 것을 내가 잠시 사용하다 새 것으로 바꾸며 물품 보관 상자에 던져둔 그의 휴대전화기를 얼마 전 발견하고 지금의 내가 삼촌의 그 즈음 나이가 되었음을 감지하게 된 후 함께 하지 못한 송어잡이는 그와 공유할 추억이 사라졌음에 대한 회한으로 바뀌었다.

요 근래 한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에도 이런 소재가 등장한다. 같은 무전기를 지니고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미제 전담 프로파일러가 대화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얽힌 긴밀한 관계를 알아간다는 설정이 황당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의 시공간을 공유하며 사람과 사건의 교차지점들로 서로가 얽혀 있어 과거의 현실이 곧 미래가 된다는 진실이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드라마만이 아니다. 과거에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편곡해서 청중의 평가를 받는다거나, 보다 더 노골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형상화하며 그때의 감성들을 불러내 많은 이들을 회상과 추억의 시간에 젖게 한 드라마도 있었다.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단순한 소도구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적 코드로 과거와의 만남이 부각되고 이것이 큰 호응을 얻으며 유행처럼 과거가 현재에 번지고 있음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하기도 했다.

따뜻한 것이든 가슴 아픈 회한이든 과거는 과거로서 쓸쓸하기 마련이지만 그 속에는 나와 우리의 현재를 구성하는 기억이 얽혀 있기에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과거를 들여다 보면 지금의 내가 보이니 과거는 곧 현재의 거울이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조금 더 나아가 보면 현재의 물음에 대한 답이 과거에 있듯이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 역시 현재에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현재의 시간 역시 조만간 과거가 될 것임을 알기에 그래서 우리는 또 현실에 본능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개화의 시절이다. 해마다 피는 꽃이지만 이번에 피는 꽃 역시 지난 해 핀, 또 내년에 필 그 꽃과는 다르듯 나와 당신도 항상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현재의 새로움으로 그렇게 환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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