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0329.01025080142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2016-03-29
[문화산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성호 <포스트콜로퀴엄 기획팀장>

무심코 아내의 생일을 잊고 지나 버렸다. 결혼한 지 10년이 된 올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알뜰히 챙기던 그녀의 생일이 왠지 올해는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분명 아내는 큰 선물보다도 자신만을 위한 아들과 남편의 축하인사를 기분좋게 받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프리지어 한 다발과 함께.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처럼 개인적인 기념일을 지나면서 새삼 생각하게 되는 것이 가족이라는 개념에 얽힌 관계이다. 지금은 다소 편협되게 느껴지지만, 가족이라는 것에는 서로 간의 합리적인 비판을 차단하며 생활의 혁신을 억제하는 요소가 있고 그것이 온정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포장된 가족주의 때문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된 내게 가족은 자유의 다른 이름으로 그 의미가 달라져 있다.

아이가 보는 동화 가운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잎싹’이라는 암탉이 자기의 알을 품고 싶어 양계장을 빠져나와 겪는 험난한 일생을 담은 황선미 작가의 이 작품에서 ‘잎싹’에게 가족은 또 다른 자유였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의지로 알을 품어 가족을 만들고 싶어한 그녀의 소망을 완성하기 위해 어미 잃은 청둥오리의 알을 품고, 자신의 몸을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족제비’에게 내어주면서까지 ‘초록머리’가 자신의 길을 향해 날아가도록 도왔다. 자유를 향한 의지로 스스로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도록 만들어 주는 힘, 이 역학적 관계가 바로 가족이며, 그래서 단순히 혈연적인 구성원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질 때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본모습은 드러나게 될는지도 모른다.

작년, 한 인문학 강좌에서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듣고 온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아빠, 판도라가 누군지 알아? 근데, 판도라는 왜 신이 준 상자를 먼저 열어서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었어? 아빠, 그 상자에 남아 있는 희망이란 건 뭐야?” 내가 미처 정리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무심코 나는 아빠도 잘 모르니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했더랬다. 시간이 지나서 보니 이것이 가장 현명한 답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답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생각과 모습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시대에 되돌아보아야 할 원론적인 가족의 가치라고 생각이 되니 말이다.

자신의 알을 품을 자유를 위해 닭장과 마당에서 나와 저수지의 자연과 당당하게 맞서는 ‘잎싹’의 그 원초적인 힘을 나는 우리 가족에게서 얻고 싶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