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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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길을 걷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만다. 꽃은 말 없이 내게로 다가와 가슴을 노크하고 설레게 한다.
워즈워스는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뛰었지만 화창한 봄날 아침, 밤늦도록 열심히 일만 하던 사람조차도 아침 출근길에 내리는 꽃비를 보노라면, 알 수 없는 노스탤지어에 이끌려 먼 곳으로 마음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어느 시인의 기고문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대구에 제대로 된 문학 잡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혼자 발행하고 있다는 ‘시인보호구역’이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은 ‘예술이 우리의 힘’이라는 예총의 슬로건을 부끄럽게까지 하고 있었다.
필자는 5년 전부터 한국문학관 건립추진위원으로 문협 중앙회에서 일을 해왔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 문학계에 널리 알리고자 지난해에는 국제클럽이 경주에서 개최해온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도 홍보대사직을 수행해왔다. 이유인즉, 이런 일들이 작은 밑거름이 되어서 정말 우리 시대 훌륭한 한국작가가 노벨문학상도 탈 수 있게 되리라 굳게 믿어 왔기에… 이 또한 애국애족의 한 방법이 아닐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문학관 건립 붐이 일어났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40여개 문학관의 90%가량이 이 시기에 건립되었지만 대구에는 제대로 된 문학관 하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시대 유명한 작가들이 유난히도 많은 대구에 국립한국문학관을 건립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기능이 통합된 복합창조공간이 되어야 하고, 여기에 전시관, 공연장 기능까지 포함되어 활용도가 극대화되고 세계적 흐름이 된 라키비움(Larchiveum)이 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전에 시인들이 그들의 시대를 열어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살아있는 시인의 시비를 세운다고 시시비비가 벌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시는 여전히 읽혀야 하고, 좋은 시는 여전히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소통하게 한다. 달콤한 능금꽃이 피는 대구가 누구라도 시인이 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본다.
박언휘 <박언휘종합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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