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0405.01025080929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4월 이야기

2016-04-05
[문화산책] 4월 이야기
이성호 <포스트콜로퀴엄 기획팀장>

며칠간의 가족여행 후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차 안에서 아이들은 끝내 소리를 질렀다. 차창 밖으로 여행을 가기 전 필 듯 말 듯하던 벚꽃이 만개해 눈부시게 환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닌 벚꽃에 대한 인상은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피었다가 잠시 잠깐의 환호를 먹고 어느날 내리는 빗속에 후두둑 사라져 버리는 꽃, 화려하게 나타났다 가슴 시리게 사라지는 첫사랑의 향기가 나는 꽃이었다. 그러니 이 꽃도 곧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는 화려하게 지리라.

4월, 벚꽃이 피는 날이면 유독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러브 레터’로도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또 다른 영화 ‘4월 이야기’다. 홋카이도에서 생활하던 한 여고생이 도쿄 인근의 대학에 진학하며 겪는 성장통을 담은 60분 남짓의 영화로 기억되는데, 그 짧은 필름 안에는 인생의 봄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삶에 대한 기대와 사랑의 설렘, 애잔함이 상징적으로 녹아있어 진한 여운을 남겼던 영화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청춘은 벚꽃길로 표현이 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도쿄 근교 대학가의 길은 벚꽃으로 만개하고 흩날리는 그 벚꽃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그녀의 길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하였다.

어쩌면 인생은 이렇듯 알 듯 모를 듯,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하고 찬란하면서도 쓸쓸함의 여운을 지닌 여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영화 밖으로 나와버린 나의 4월은 엄연히 다른 현실을 지니고 있다. 벚꽃이 만개한 길은 내 사랑이 이루어질까 말까를 점치며 걷는 가슴 두근거리는 낭만의 길이 아닌, 이미 이루어 놓은 사랑을 어떻게 꾸며갈지를 고심하는 현실의 길로 변해 있느니 말이다. 그리고 예전의 삶에 대한 그 비밀스러운 질문들과 궁금증은 이제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그 답의 풀이과정을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해져 있다.

하지만 재기발랄한 나의 아이들은 오히려 봄이 한창임은 온 몸으로 안다. 휴일에 밖으로 나가자고 온갖 투정과 성화를 부리기 시작하고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 나와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아이들이 나를 달래듯 끌고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달리는 벚꽃길에서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이것이 첫사랑 벚꽃길을 건너온 영화 속 주인공들의 또다른 삶의 이면이겠지. 그리고 다시 한번 그 길 속으로 이제는 혼자가 아닌 내가 이루어 놓은 그 사랑들과 함께 달리며 청춘의 시련과 열병을 견뎌온 내 삶의 대견스러움을 벚꽃보다도 환한 아이의 웃음에서 확인해 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