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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독만권서 행만리로

2016-04-06
[문화산책] 독만권서 행만리로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대표>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란 말이 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걸어라”는 뜻이다. 모름지기 진리나 참뜻을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해석하는 이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책을 먼저 읽은 후에 행(行)하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곧 만 리를 걷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전자가 됐든, 후자가 됐든 둘 다 동의할 수 없다.

두 달 전, 문학다방 시인보호구역 ‘촉촉한 특강’ 강연자로 여행작가 안시내씨를 초청했다. 스물넷의 그녀는 아프리카를 혼자 다녀올 정도로 당차고 씩씩한 탐험가였다. 우연히 일정이 겹쳐, 김천에서 만나 대구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눴는데, 필자는 “아프리카를 60일간 여행한 것은 몇 권의 양서(良書)를 읽은 것과 같다”라고 그녀의 용기에 존경을 표했다. 아프리카를 가보지 못한 사람은, 책을 통해 아프리카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좋은 배움은 아프리카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최근까지 초등학교에서는 독서논술 지도사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직업교육과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교는 드물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들어 ‘전문직업인과의 만남’이라고 해서, 경험의 중요성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긴 하다. 독서든 경험이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음에도, 우리는 우선순위로 독서를 강요해왔다. 어릴 때부터 주입된 무분별한 독서습관은 양서(良書)가 아닌, 다독(多讀)만 강조하는 분위기로 변질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자의식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책은 타인의 경험과 타인의 생각을 담은 그릇이다. 독(讀)과 행(行), 그 어느 것이 먼저일 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이 아닐까 싶다.

앎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일에 근본일 것이다. 공자께서 말하길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 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개중에는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이가 있다”고 했다. 책도 스승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만 한 스승이 어디에 있겠는가.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내면과 철학이 먼저이고, 책은 그다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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