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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연꽃

2016-05-05
[문화산책] 연꽃
조지영 <성악가>

스물일곱 살 시절, 유학을 했던 독일의 여름밤 공기에는 단내가 났다. 달달한 향을 머금은 듯한 은은한 달빛 아래 상쾌한 바람 뒤로 스쳐지나가는 이국의 풍경들을 보노라면, 마음 한구석의 외로움은 잠시나마 사라졌다.

그즈음 하노버 국립음대의 독일 가곡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슈만 가곡에 푹 빠져 있었다. 가곡 ‘연꽃’을 부르고 나니 교수님이 대뜸 “근데 너는 연꽃이 뭘 뜻하는지 아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연꽃요?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를 비유해가 쓴 거 아니라예?”

“맞는데, 왜 연꽃으로 비유했겠나?”

“음… 클라라가 순결해 보이고 사랑스러워서?”

“그럼 다른 꽃들은 다 더럽나?”

갑자기 난데없이 이어지는 문답에 교수님의 속내를 궁금해하면서도 눈깔사탕을 입에 한가득 물고 있는 사람처럼 어버버 하고 있으니 이렇게 대답하신다.

“연꽃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봐라. 왜 슈만이 클라라를 연꽃에 비유했는지. 그리고 너는 어떤 사람인지.”

연꽃의 의미와 클라라의 연관성이라 하니, 일단 연꽃을 봐야겠단 생각으로 달달한 밤에 자전거를 끌고 집 근처 숲으로 나섰다. 바람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나를 방해하듯 “딱!”하는 딱총소리가 끼어든다. 연꽃이다. 아! 고게 달빛을 옷 삼아 칠보단장(七寶丹粧)을 하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연못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멀리서도 환하게 보이는 청초한 모습과 바람 타고 오는 향기에 취해 연못가로 다가갔다. 연꽃에게 들킬라.

연꽃이 하는 모양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물결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다가도 모른 척 되돌아오는 모습이 새침하며 향기롭다. ‘계향충만(戒香充滿)’이라 했던가. 연꽃이 자신의 향기로 연못의 쾨쾨한 냄새를 가리고 빛나는 장소로 만들었다. 하나의 촛불이 방을 밝게 바꾸듯. 아! 슈만은 연꽃 같은 클라라가 자기를 바꿀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녀가 아니고선 지금의 우리는 그의 아름다운 가곡을 들을 수 없었으리라. 슈만은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작곡을 했으니. 하나의 연꽃이 연못을 바꾸듯 사람이, 내가 연꽃이 되면 우리가 머무르는 곳이 어딘들 향기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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