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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용 <계명문화대 교수> |
막사발의 막은 되는대로 막 하는 상태에 있다. 마구의 준말이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막사발이란 말은 도자기를 종류별로 분류하여 붙인 고유한 명칭이 아니라 그릇을 쓰는 과정에서 생겨난 명칭이다. 조선백자 종류를 분류하는 학술용어가 아니라 사용되는 과정에서 쓰임새와 직접 관련해서 서민들이 그때그때마다의 필요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면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그릇에 붙여진 말이 아닐까 싶다.
도자기는 그릇이다. 그릇은 손으로 만져야 그 사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그릇은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그 본성과 가치가 드러난다. 막사발은 처음 만나는 순간의 색감과 질감의 아름다움은 평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쓰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으로 다듬어지고 완성된다.
막사발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마음의 상태에서 빚었기 때문에 그릇은 무심한 듯 욕심이 없고, 그야말로 순수하고 편한 마음으로 물레를 돌리기 때문에 막사발의 외양에서 내용에 이르기까지 무심의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우리 땅의 흙과 불로 빚어낸 자연미의 결정체가 바로 막사발이다. 전형적인 잡기가 아닌 장인의 철저한 정신에 따라 흙을 골라 만든 무위적 아름다움과 자연미를 표현한 창조성의 결과다.
그것은 철없는 아이와도 같은 경지에 올라선 대가의 원숙함이다. 고도의 정신적인 수양을 비롯한 피나는 단련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며, 다시 그같은 경지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얻을 때 비로소 머물 수 있는 경지인 것이다.
격은 격식에 맞으면서도 격식을 뛰어넘을 때 멋을 느끼는 것처럼, 질이 떨어지는 경우는 조잡하다고 할 수 있지만 뛰어난 작품은 천진스러우며 자연스러워서 최고의 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거기에는 천연이 부여해준 무기교의 기교가 있다. 인공적인 작위가 적기 때문에 막사발의 멋과 품격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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