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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용 <계명문화대 교수> |
지금까지 도예가로 살면서 터득한 것이 하나 있다. 살다보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경우가 있다. 결국은 마음의 평정을 잃을 정도에까지 이른다. 이럴 때 많은 이들은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통받겠지만,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삶에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러한 마음의 동요야말로 도예가로 하여금 예술적이며 창조적인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도자기는 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실상 그 내용을 알고 나면 절대 평범하지 않다. 긴 역사를 통하여 도자기는 언제나 문화와 자연 사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여 왔다. 필자는 지금도 도자기가 얼마나 다양한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생각에 맞닥칠 때마다 커다란 감명을 받는다. 도자기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물건으로 생각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살아온 역사와 철학, 신념과 가치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어온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함께 천재성이 담겨 있다.
수십 년에 걸친 흙 작업을 하면서 한국 전통 도자기에서 요구되는 목적들을 담으려 노력했다. 담고, 주고받고, 기념하고, 의식화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 이러한 도자기의 목적을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실용적이 아니지만 실용적인 도자기라는 아름다운 아이디어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필자의 도자기 작업은 원칙적으로 아주 단순하다. 메모 같은 것을 일절 하지 않는다. 작업 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메모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움과 기법을 발견하게 되는 작업방식을 즐기기 때문이다. 작업과정에는 자연의 힘이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각각의 작품은 모두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갖는다.
흙에 대하여 경외심을 가진다. 도자기라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개념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의 자만심일지는 모르겠다. 작품이 시대를 반영하는 물질적인 사물이 아니라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강인한 힘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지막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내가 만족할 때까지 이 길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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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도예가의 길](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6/20160627.0102207202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