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성규 <한국미술협회 정책연구소장> |
이형사신(以形寫神). 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는 말로 동진 때 고개지가 말했다. 그는 정신이라는 것은 객관사물의 형상 가운데 존재하고 정신은 이러한 형상을 통해서 표현되는 것인데, 형상이 없으면 정신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형상과 정신은 모순의 통일체라고 보았다. 그래서 고개지는 그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정신을 전하는 것(傳神)과 함께 대상의 정신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라 보았으며 그 방법으로 이형사신을 말한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형이라는 수단을 통해서(以形) 자신이 추구하는 내면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점이다(寫神). 당연한 말이겠지만 예술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정신세계나 예술철학이다. 이러한 이념을 독백과 같이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구체적 대상을 빌려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추상적 관념을 추상적으로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객관 대상 자체를 설명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자신의 정신가치를 소통가능한 일상적 대상을 통해서 드러낸다는 말이다.
고개지는 주로 인물을 통해서 이를 표현했는데 특히 표현하려는 인물과 환경의 관계를 중시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특정한 사회생활과 자연환경 속에서 활동한다. 한 개인이 처한 각각의 환경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사상과 감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있어서도 통상적으로 말하는 배경이나 소도구 등도 환경 중의 일부분인데 이는 협의의 환경이라 말할 수 있다. 고개지는 더 나아가 인물과 환경의 관계도 매우 중시하였다.
이와 같이 한 작가가 예술정신을 형성하고 이를 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현실을 드러내는 고민사이의 괴리현상은 모든 시대, 모든 작가들의 과제로 이어져 왔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시대성과 예술성을 획득하느냐가 주요 관건이었다. 때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사회나 국가의 정신적 침체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작가의 입장에서는 안일한 과거의 완결된 형식의 답습이 곧 자신도 그 정신의 체득자라고 그 그늘에 숨어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들이 자신의 지고한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기존의 형식과 기법적 차용이 어디까지 기능할지 자문자답해 보는 것이 당장 붓을 드는 것보다 더 시급한 듯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형상으로 마음을 그리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06/20160628.01024080909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