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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피앤씨 갤러리 아트디렉터> |
하는 일이 그러하니 주변에서 단색화나 미술시장의 동향 등을 종종 물어본다. 도대체 단색화란 무엇인지, 미술품은 왜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인지. 질문에 제일 먼저 말씀드리는 것은 ‘미술’과 ‘미술시장’의 이해는 서로가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의 논리를 설명하거나 해석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철학이 천문학을 설명하기 힘든 것만큼.
시장을 이야기하자면 미술시장은 기본적으로 금이나 원자재, 석유처럼 현물시장이다. 하룻밤 사이에 몇천억달러가 증발하는 금리가 불안한 경제 위기 상황에는 현물 자산인 금이나 석유의 매입이 증가해 가격이 상승한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던 투표일 23일 미술시장에도 같은 현상이 목격되었다. 이날 열린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예상가 3천만파운드(510억원)였던 피카소의 ‘앉아있는 여인’이 경합 끝에 4천320만파운드(약 736억원)에 낙찰되었다. 안전자산 선호세가 강해지면서 미술품을 찾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고가의 그림을 가진 슈퍼리치들이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러한 가격상승이 유발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 그 이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예술이라는 인간의 행위와 의미 그 자체이다. 미술은 사실 근대 이전까지는 음악이나 시, 여타의 장르보다는 낮은 수준의 예술로 인식되었다. 음악이나 건축이 그 자체가 가진 절대성과 아름다움에 좀더 다가가려는 추상적인 학문이었다면 미술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피흘리는 모습이나 나폴레옹의 위엄을 장엄하고 극적으로 묘사하여 화면의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도구이고 기술이었다. 종교와 정치에 종속되어 봉사하는 기술로서의 미술은 20세기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빛이란 무엇인가. 색은 무엇인가. 캔버스는 무엇인가. 내가 붓질하는 이 행위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20세기가 되면서 미술은 모든 것에 질문하고 고뇌하는, 철학가의 사색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한 거장 예술가의 고뇌는 그 시대를 대변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그와 그의 작업은 보석처럼 소중하다. 기업가처럼 시장에서의 높은 주가 때문에 존경받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망하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는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사회의 성숙한 안목을 모두 같이 키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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