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0720.01023080411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아침 산책길에

2016-07-20
[문화산책] 아침 산책길에
홍영숙 <시인>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텃밭으로 가득했던 금호강변이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바뀌었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과 산책로, 물놀이장이 생겼고, 더 넓게 펼쳐놓은 잔디밭에는 피크닉장, 야영장이 들어섰다.

평소 다리 아래 평상에서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자주 봐왔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그 모습은 사뭇 달라졌다. 특히 주말 저녁이면 강변은 야영객의 세상이 된다. 모두 잠든 밤 가만히 창 밖을 내다보면 나무들 사이로 캠핑장의 작은 불빛이 어른거린다. 도란도란 사람들 이야기소리,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강물의 리듬을 타고 출렁출렁 흘러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노래는 아마도 내 오랜 기억 속을 빠져나온 음률이 아닌가 싶다.

해마다 방학 때면 식구들은 여행을 계획했다. 비가 많았던 어느 해 무주계곡에서 야영을 했다. 아이들은 침낭 속에서 빗소리를 견디며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 아침이 오기 바쁘게 번데기를 벗은 나비처럼 날개를 활짝 펼쳤다. 야영장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느라 이른 아침부터 텐트 숲을 헤매고 다녔다. 끼리끼리 모여서 정보를 나누고 서로 도와가며 하나하나 단서를 찾아낼 때마다 즐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한 사람만이 아닌 함께하는 모두의 기쁨이었다.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늘 특별했다.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고, 잠투정이나 반찬 투정이라곤 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하는 놀이의 세계에서는 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는 규칙이 있다. 언니는 동생을 보살피고, 동생은 언니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모든 것을 아이들 스스로 하기를 원한다. 어른들은 그저 지켜보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아이들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굳이 경계를 그을 필요가 없다. 놀이 속에서는 서로 같은 눈높이로 어우러지면 된다. 차별도 편견도 없다. 아이들 스스로 그날의 상황에 맞추어 놀이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거다.

아침 산책길에 문득 저 텐트 속에서 아이들이 탈피를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결 시원해진 아침 공기를 가르며 도심 속 자연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캠핑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아침은 이미 팔공산 등성이를 넘은 지 오래다.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이 강변을 따라 초록처럼 환하게 번지는 아침을 상상해 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