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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타고르 선생님께

2016-07-29
[문화산책] 타고르 선생님께
이지원 <피앤씨 갤러리 아트디렉터>

캘커타에 계시는지 저 히말라야의 깊은 산을 여행 중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프랑스에 와 있습니다. 언제나 비와 안개가 오가는 회색의 브르타뉴도 여름만큼은 아름답습니다. 저와 같은 동양인에게 이름마저 설레는 대서양의 빛나는 햇살과 바람은 멀리서 온 여행자의 가슴을 선량하게 쓰다듬어 줍니다. 인간을 경탄케 하는 것은 언제나 광대한 자연일까요? 그러나 그간의 세상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깊은 절망과 분노로 가득차 있습니다.

좌절하는 마음은 탄식을 합니다. 숲속의 이름없는 동물과 식물, 저 우주의 법칙과 별먼지들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이리도 인간은 스스로를 돌이킬 수 없는 죄와 형벌 속에 빠트리는지. 아름다운 에덴과 같은 세상에서 어째서 인간만이 탐욕과 광기의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는가 하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의 좌절과 분노 역시 인간의 부덕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자연의 숭고함을 찬양하고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서 저는 스스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분노하고 좌절하였습니다. 예술가는 광기가 질병처럼 퍼질 때 더욱 아름다운 연주를, 더욱 숭고한 미를 추구하여야겠습니다. 작곡가 메시앙은 레지스탕스 운동 중에 독일군에 잡혀 포로가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그는 군가가 아니라 아기예수의 영원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마크 로스코는 2차 대전 후 인간의 잔혹, 전쟁의 참담함에 깊은 상처를 받아 형상을 버리고 색면의 추상을 완성합니다. 그의 작업은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빛을 선사합니다. 어떤 이는 이를 도피적인 예술이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근심 많은 시절, 하릴없이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저도 참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순수성의 추구가 우리 안의 광기로부터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선한 인류의 의지라고 믿고 싶습니다.

‘물속의 물고기는 조용하고, 땅 위의 동물은 시끄럽고, 하늘의 새는 노래한다. 인간은 바다의 침묵과 대지의 소음과 하늘의 음악 모두를 우리 안에 가지고 있다.’

해 지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감동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우주의 섭리 앞에 겸손할 줄 아는 철학가가 살고 있습니다. 그의 감동과 겸손은 세상의 미망 속에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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