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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뭣이 중헌디?

2016-08-25

이윤경 <성악가>

[문화산책] 뭣이 중헌디?
이윤경 <성악가>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에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공연하러 갔을 때다. 긴장된 리허설이 이어지는 중 근사한 저녁을 먹고 힘 좀 내보려고 나름 비싼 레스토랑에 갔다. 하필 내 코앞을 지나던 종업원 아가씨가 들고 있던 접시 몇 개를 떨어뜨려 ‘와장창’ 소리와 함께 박살을 냈는데, 직업상 청각 예민증이 있던 내겐 마치 양쪽 따귀를 동시에 맞은 듯 엄청난 통증까지 느껴졌다. 작지 않은 내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찌그러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소리를 들은 레스토랑 안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르는 게 아닌가. 영문을 몰라 옆 자리 젊은 청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해준다. “접시를 깨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접시를 깨고 기분 좋을 사람도 없지. 그래서 모두들 행운이 있을 징조라고 말해 주는 거야.” 어쩐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귀가 아픈 건 잊어버렸다.

로마 지하철에선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다. 이탈리아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지하철이 갑자기 어중간한 위치에 서는가 싶더니 기관실에서 귀도 뚫고 코도 뚫고 눈썹도 뚫은 조그만 여자애 하나가 나와서 계단으로 뛰어올라간다. 이어 지하철은 슬금슬금 들어와 사람들이 탈 만한 위치에 섰다. 기가 막혀 옆에 친구에게 대체 저게 뭐냐며 운전기사 신고해야겠다고 펄펄 뛰었더니 그 친구 말이 가관이다. “여자 친구 안전하게 올라가라고 배려해준 걸 가지고 뭘 그래. 우리한테 피해준 거도 아니고 안 서고 지나간 거도 아니고. 저 긴 지하철이 분초를 지켜서 문이 열리는 위치까지 딱 맞춰 서야 해? 대체 뭐 때매?” 지하철은 원래 분초를 지켜서 정해진 위치에 서야 하는 거라고 언성을 높여 말했지만 이상하게 스스로도 설득력이 없게 느껴져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웃어버렸다. 그렇다. 안 중요하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다툼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고, 귀를 의심케 하는 잔인한 사건들이 넘쳐나 뉴스 보기가 두려운 요즘 시대에 역지사지는 더 이상 없다. 법적으로, 윤리·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 없는 수많은 일에 대해 우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기다렸다는 듯 분노를 터트린다. 분노할 대상을 찾아 헤매던 사람처럼. 대체 뭐가 그리 문제인 걸까. “뭣이 중헌디?” 내가 요즘 즐겨 말하는 영화 대사다. 날 선 비난을 SNS에 쏟아놓기 전에 한번 말해 보면 어떨까.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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