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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 <작가·배우> |
바둑은 격자무늬 교차점에 자유 착점한 흑돌과 백돌이 다양한 행마(行馬)로 집을 짓는 수행 게임이다. 바둑에서 선수로 사활을 건 패는 단수로, 궁지에 몰리고 정석을 잃고 꼼수를 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실리만을 노린 훈수에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묘수가 있어야 하니 바둑은 그야말로 인간사의 축소판이 아닐까 한다.
창작뮤지컬 공연으로 중국에 초청받은 적이 있다. 그때 여자 주인공인 배우와 유심 칩을 공유하다가 휴대전화가 고장났고 당시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졌다. 오죽 답답했을까. 돌연 스토커로 돌변한 그의 시달림 끝에 경찰행정처분을 고사할 수 없었고, 은둔생활에서 두려움은 시간이라는 처방전과 면역을 다투었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굳은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날렵하게 깎은 유리가면 안에 불신을 숨기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필자의 시선은 유감스럽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건네받은 유심 칩. 청아한 목소리가 사랑스러운 그녀의 가슴에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진정성이 있다. 양질의 땅 위에 단단하게 뿌리를 넓히고 뜻한 바를 이루어내는 근성. 빛나는 세상이 기다리는 그녀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 성능 좋은 불행방지 방탄복과 행운을 선물한다. 공연은 막을 내렸고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꿈꾸는 큰 세상이 손안에 펼쳐지기를 팬으로서 진심으로 소원한다.
필자는 어마무시한 꿈을 꿨다. 격변하는 몸속 호르몬을 다그치기 위해 학교 운동장을 돌며 생각을 곱씹길 여러 번. 봄부터 근간 필자가 겪은 공연 같은 시간은 뇌리를 관철시킬 만큼 신비로운 우연의 연속이었다. 만약 무대 밖의 우리의 삶이 보너스라고 가정한다면, 주어진 삶에 있어 최선의 노력이 무엇일까 하는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 공연 속 캐릭터의 인과관계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엉킨 매듭을 풀어야 공연이 끝나듯 우리의 삶도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이치가 어울릴 것이다. 어쩌면 만남과 헤어짐은 동전의 양면처럼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이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고 행복을 노래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필자는 타고난 운과 복을 믿는다. 세상 속에 미립한 점들이 만나 선을 이루듯. 주술처럼 글자마다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창작자의 몫이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가 인생의 무대에서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어 벅찬 꿈을 이루고 행복으로 승승장구하길 진심으로 소원한다. 그것이 세상의 빚을 갚는 길이 아니겠는가. “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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