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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6-10-20
최영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영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 말은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허경 선생이 두 달 전에 출간한 책 제목이다. 바야흐로 2016년 가을, 대한민국은 9월까지는 맞고 10월부터는 틀리는 것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난 9월28일 이후 사소한 것 하나에까지 ‘지금 이거 김영란법에 안 걸려?’하는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공연계에서는 초대권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온라인에 돌고 있는 몇몇 법률전문가의 기고를 참고하고 기관마다 전문가의 교육을 받기도 하면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다. 현재까지 대체적 흐름은 그동안 으레 지방정부나 관내기관에 제공해왔던 초대권은 제한하고, 직접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는 정도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공무원이나 언론, 교수사회는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여파가 큰 모양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들 사이에선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른바 ‘복지부동’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때마침 지난주에 폭력예방 사내교육이 있었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대해 직장마다 의무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가만 듣다 보니 결국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시대 가정폭력의 다른 이름은 부부싸움, 자녀교육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은 관심과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옷차림이나 행실이 이상하니까 그런 짓을 당하지’라는 세상의 손가락질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따라다녔다. 성매매가 금지되어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욕구를 풀 데가 없으면 성범죄가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싸다귀 맞을’ 얘기가 사라진 지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온정주의나 성의표시, 이런 것들은 다 그때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틀린 얘기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처럼 보편적 인권과 합리적 사회를 향한 논의와 합의의 수준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정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뭘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세종대왕은 수백 년 전에 수십 명의 후궁을 들였고, 이순신 장군에게도 둘째 부인에 첩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럴 수 없다는 걸 다 안다. 인간에게는 양심과 염치가 있고, 융통성과 부정의 경계를 가늠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력이 있다. 법은 처벌을 위함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양심과 염치 회복을 위한 울타리라고 법을 만드신 그분이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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