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심상훈 <화가>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말은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로 유명한 폴 고갱의 작품명제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살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의 본성과 존재를 알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가 있을까?
현재 우리 미술계는 혼돈이다. 위작 및 대작 시비 등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그러니 작가의 생계가 위기다. 미술인의 삶은 늘 어려웠지만 근자에 작가들이 더 힘들어한다. 창작의욕이 꺾이고 전시가 줄어들어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미술만이 아니라 예술 전체의 위기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미술전시와 미술시장의 중심이 된 아트페어는 과거에는 진정한 작품 발표의 장이 되고 미술시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행사였다. 그래서 우후죽순 아트페어가 생겨나고 호텔객실에서 전시하는 호텔페어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잘 팔리는 유명작가의 작품만이 반복 전시되거나 초대가 아닌, 작가들이 전시비용을 부담해 출품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은 찾기 힘들고, 특정 작가의 작품만이 선호되니 위작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또 그림 거래상 상당수가 작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일반인의 눈에 호소하는 예쁘장하고 장식적인 그림이 많이 전시되고 있다. 이러니 일반인도 컬렉터도 참신한 작가의 존재를 알 턱이 없다. 잘 팔리는 작가 아니면 조악한 장식품, 이렇게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연예인의 작품이 손쉽게 판매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치 있는 작품보다는 외적인 것에 현혹되는 듯한 양상이다. 고갱은 부유한 가정 속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37세의 늦은 나이에 그림이 좋아서 타이티섬을 찾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작품에 전념했다.
작가에게 정체성은 끊임없이 작품을 탐구하게 하고 알아내고 싶도록 만드는 숙제이자 작업에 있어 그 본질이다.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이 “왜”라는 질문을 하는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가 정한 “왜”에 대한 답이 존재한다. 세상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전문성과 안목, 미술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와 세속적 성공만이 그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미술계는 동시대 사회의 압축판이기도 하다.
내년부터 정부는 문화융성을 위해 7조원을 더 투자한다고 한다. 문화가 산업이 되고 산업이 예술로 진화하는 문화향기 가득한 대한민국을 꿈꾼다. 작가도 이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산책] 정체성](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10/20161031.01023082302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