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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진정한 광대가 그립다

2016-11-02
최영주 <극단 동성로 대표>
최영주 <극단 동성로 대표>

“공연에서 실수를 했으니 주인님이 저녁밥을 안 주시겠지? 지난 공연 때처럼 차라리 매를 맞는 게 낫겠다. 아, 배고파.”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부리는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옛 로마배우들의 일상이 그랬다. 그리스 배우들은 사회적, 종교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던 반면 로마 배우들은 대부분 기본적 권리조차 없는 노예들이었다. 공연에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끼니는커녕 매를 맞기도 했는데 로마의 희극배우 로시우스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귀족들의 시중을 들며 그들의 특징을 흉내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주인을 즐겁게 했다. 광대짓은 로시우스를 훌륭한 배우로 만들었고, 로시우스는 노예 신분에서 해방돼 당대의 학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오를 만큼 부와 명성을 거머쥔다. 생존을 위한 절실한 광대짓은 보잘것없는 노예를 세계 연극사에 기록될 만큼 대단한 배우로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흙수저의 성공기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 등장하는 광대는 왕의 어리석음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궁전에서는 광대의 재롱을 보며 재미를 느꼈고 광대가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광대는 리어왕을 끊임없이 풍자하며 진실을 알리지만 리어왕은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과오를 깨닫는다. 그때 광대는 이미 리어왕을 떠나고 사라져버린 뒤였다.

최근 뉴스를 장식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보며 측근 중 한 사람의 올바른 광대만 있었더라도 국정농단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에는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예술가 블랙리스트에 대해 규탄했고 문화예술단체 임시조직인 예술행동위원회는 다음달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상식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 주변의 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의 실존 여부를 떠나 자신들이 명단에 빠져있음을 한탄하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연예인들이 방송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블랙리스트 명단에 없는 자신의 과업에 반성하며 그만한 명성이 따르지 않는 자신과 코미디 같은 현상을 역설적으로 풍자하는 농이다. 진정한 광대이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있는 반면 한 국가의 행정부 수장이 광대도 아닌 꼭두각시 놀음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삶을 역설적으로 깨닫게 하는 리어왕의 광대와 같이, 자신의 역할에 재갈을 물리지 않고 품위 있게 살다간 노예배우 로시우스와 같이, 재롱을 부리는 삶을 살아야 했지만 조롱 받지 않았던 이 두 광대의 삶처럼 우리도 혜안을 가진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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