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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 함께 걸어요

2016-11-07
[문화산책] 우리 함께 걸어요
서영옥 <미술평론가>

가을 어느 날 좋은 인연의 안내로 산책길에 들어선다. 영남일보 ‘문화산책’ 길이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문화산책’이란 어감이 좋다. 두 달간 독자들과 함께 걸어갈 길이다. 필자에게 산책은 사유와 사색과 비움의 시간이다. 하루 중 유일하게 숨 고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걷던 그 길에 들어서는 마음으로 ‘문화산책’에 첫발을 내디딘다. 막상 들어서고 보니 혼자 걷던 길과 달리 살짝 긴장도 된다. 프로필부터 명확히 하자는 관계자께는 끝내 답을 주지 못했다. 즉문즉답이 오가는 시대에 대답 기다리다가 지쳤을 그에게 그만 무례하고 말았다. 하여 통성명하듯, 프로필에 관한 단상으로 문화 산책을 시작할까 한다.

프로필은 그의 삶을 증명하는 단서가 된다. 단거리 육상경기처럼 전속력으로 남긴 흔적일 수도 있고 한적한 산책길에서 만난 느린 발자국 같은 흔적일 수도 있겠다. 명함을 건네는 것보다 간명한 자기소개는 없을 테지만, 살다보면 행적이 얽히고설켜 간명하게 소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곤 한다. 필자의 경우가 그렇다.

대구의 저명한 화가 한 분이 생각난다. 그는 작년에 화필을 꺾었다. 육십 평생 그린 그림을 모두 소각하고 절필을 선언하며 한 말은 “나는 화가도 뭐도 아닌,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였다. 후일 그의 제자와 미술관 전시기획자로부터 전해들은 말이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쩌렁하고 울렸다. 모 대학의 교수이자 화가인 그의 ‘무엇이 되기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찾아가는 삶’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여러 이유로 이력서를 쓴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숱하다. 여러 대학교에서 새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이력서를 작성한다. 각종 심사나 논문작성, 심지어 개인전을 할 때도 신원증명은 필수다. 반복하다보면 증명했던 그 ‘자리’가 ‘자신’인 줄 착각할 때가 있다. 아마도 절필을 선언한 그 화가는 이 같은 착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듯하다. 자리와 자기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야말로 아름답다.

세월이 더께를 더할수록 우리의 삶은 변해간다. 빛 바래기도 하지만 곱게 단풍이 들기도 한다. 단풍은 형태보다 단연 색이 으뜸이다. 아름다운 색은 마음이 먼저 알아본다. 시각적인 일에 매진하는 사람일수록 눈보다 마음으로 보는 일이 많다. 마음으로 보는 색은 눈부시지 않다. 요란할 리 없고 오래 두고 봐도 싫증이 없다. 세월의 결에 농익어 우러나온 빛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단풍 같은 프로필을 적고 싶었으나 그러자면 몇 억겁의 시간을 더 살아야 되지 싶다. 관계자께 프로필을 간명하게 답하지 못한 이유라면 이유겠다. 오늘도 그 과정을 살고 있다. 성근 글 솜씨와 여물지 않은 시각이 부끄럽지만 함께해주시면 더욱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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