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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국악작곡가> |
지난주 긴장과 설렘 속에 시작된 글쓰기가 다시 똑같은 마음으로 다가오네요. 그땐 제가 막 완성한 국악실내악 ‘그대에게’란 곡에 빗대어 저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번 주는 ‘푸른 사막의 여정’입니다. 이 곡은 올해 초 완성해 대구시립국악단·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교류음악회 때 대구와 광주에서 각각 발표되었습니다. 저의 첫 번째 ‘산조협주곡’이라 어떤 색깔로 곡을 연출할까 특히 많이 고민을 했는데, 하나 확실히 마음먹고 있었던 건 기존의 산조협주곡과는 다른 형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산조협주곡들은 대부분 관현악이 장구 반주의 역할을 한다거나 민속기악합주처럼 산조가락을 같이 연주하는 방법으로 곡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선율에 힘을 실어주고 산조 고유의 색깔을 그대로 지니고 간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산조의 색다른 매력과 또다른 가능성을 기대하는 청중에겐 이미 식상한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산조협주곡이 출현한 지도 40년가량이 되었고, 이제 새로운 형식의 산조협주곡을 원하기에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꿈속에서 사막 한가운데에 제가 서 있고 어둠 속 어디선가 가야금 소리가 들리기에 그 소리를 찾아다니다가 잠에서 깬 적이 있습니다. 그 꿈 덕분에 비로소 곡의 콘셉트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비단길’이 이어지는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김병호류 가야금산조협주곡-푸른 사막의 여정’입니다. 티벳과 몽골 음악의 음계와 가야금산조를 엮어 몽환적 소리를 연출한 이 곡의 곡 해설입니다.
‘끝없는 중앙아시아의 모랫길을 걷고 달리던 사람들, 그리고 소리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바람은 숨결처럼 스치고 모래언덕의 바다는 파도를 치며,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비처럼 내리는 이곳은 모든 것이 자유롭고 평등하며,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모래와 돌, 하늘과 구름, 바람과 태양, 별빛과 달빛만이 있는 이 광활한 사막 위에 가야금의 소리가 자그마하게 울려 퍼지는 상상을 하였다. 그 작은 소리의 깊이는 하늘에 닿고, 유연함은 모래처럼 출렁인다. 이 자유로운 영혼의 선율은 아시아의 울림과 함께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지금은 내년 10월 연주를 목표로 ‘푸른 사막의 여정 II’ 대금산조협주곡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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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푸른 사막의 여정](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11/20161110.0102308012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