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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노골적 연가

2016-11-14
[문화산책] 노골적 연가
서영옥 <미술평론가>

13년 전이었다. 처음 만난 그는 정갈했다. 검소하고 정직했다. 물질만능의 속세엔 경계의 선을 긋고 투명한 시각을 유지하려 했다. 잘난 척하지 않았고 겸손한 자세로 부지런하고 힘든 예술인들의 골 깊은 사연을 속속 어루만졌다. 푹 빠질 만큼 지적인 데다 고운 심성이 따뜻했다.

당시 필자는 알량한 전문지식의 축적에 목이 말라 있었다. 허기진 하이에나처럼 이곳저곳을 기웃대다 발길이 닿은 곳은 대구미술비평연구회(이하 비평회). 1999년에 발족됐다. 고백하건대 비평회는 창설자를 쏙 빼닮았다. 창설자는 현재 고문인 장미진 미술평론가다. 그녀는 1900년대 말, 비평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지역화단에 비평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킨 주인공이다. 보수성 짙은 지역화단에서 여자가 개척해온 길엔 꽃보다 가시가 많았다. 곁에서 그녀가 흘린 다양한 눈물을 보며 알아챘다. 그간 다섯 명의 고인(故人)을 비롯해 직장을 찾아가거나 뜻을 달리한 회원도 여럿 된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크게 느껴지듯, 비워진 자리는 그녀에게 또 다른 상흔인 듯하였다. 비영리 연구단체의 특성상 지원금이 큰 버팀목이지만 그녀의 호주머니는 종종 비평회의 허기를 달랬다.

이런 그녀의 성정은 비평회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 회원들의 노력과 봉사가 담보된 의미 있는 행사가 10년 넘도록 꾸준히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2016년 11월8일 ‘창작과 비평 특별전 Ⅱ’가 막을 올린 것도 모두 그녀의 행적과 성정이 토대다. 2015년 ‘창작과 비평 특별전 Ⅰ’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이번 행사는 2005년부터 시작된 ‘창작과 비평전’ 참여작가 35명이 한 곳에서 만나 그간 변모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리움의 대상은 늘 먼 거리에 있고 추억은 현실보다 힘이 센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현학자 메를로 퐁티가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남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의 깊이”라고 하였듯이 우리가 보지 않고 느끼지 못하기에 간과되는 것들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무척 혼란스럽다. 혹자는 대통령이 여자이기 때문이라 한다. 필자는 지역의 작은 단체이긴 하지만 대구미술비평연구회를 이끌어온 한 여인에게서 숨은 저력을 보았기에 섣부른 판단을 금한다. ‘연가’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모할 수밖에 없는 두꺼운 삶의 지층이 바탕이다. 세월에 농축된 업적을 한 줄로 가닥잡기란 쉽지 않다. 다층적인 삶이 농축되었기 때문이다. 그 삶 속엔 분명 장단점이 공존한다. 우리는 어느 쪽을 더 큰 눈을 뜨고 보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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