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한 <커뮤니티와경제 팀장> |
브래들리 스나이더는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해군 폭탄제거반으로 군 복무 중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1년 만에 런던 패럴림픽 수영종목에서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은메달을 목에 건다.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이 사내는 일약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다시 1년 뒤 2013년 7월. 이 영웅의 이름을 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두루 염두에 둔 손목시계 제작 프로젝트가 투자사가 아닌 대중에게 직접 십시일반 모금하여 제작비를 마련하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세상에 선보인다. 그리고 그해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모금목표액 4만달러를 6시간 만에 돌파하는 기록을 남기며 최종 65개국 3천861명 후원자의 참여로 60만달러 펀딩에 성공한다.
크라우드펀딩은 만화가 강풀 원작 ‘26년’의 영화화 등으로 더 이상 낯선 용어는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크라우드펀딩에 사회적 프로젝트를 장착한 ‘소셜크라우드펀딩’도 더디지만 시나브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은 가능성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특징을 보이는 만큼, 구체적인 하나의 사회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공감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전국 규모의 사회적기업 소셜크라우드펀딩대회는 시민 2천718명이 참여하여 작년에 비해 103% 증가한 3억3천900만원이 모금되었고 우리 대구 지역에서도 작년부터 지역기업,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경제 소셜크라우드펀딩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아직 펀딩 규모는 전국 단위에 비할 바 안 되지만, 대구의 사회문제 해결에 실제로 기여하는 프로젝트이자 10년 뒤 더 좋은 대구를 위한 사회혁신기금 조성의 씨앗이라는 점에서 보듬고 품어야 할 이유가 있다.
‘태양의 서커스’로 널리 알려진 캐나다 퀘벡에서는 지역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금융에 힘썼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처럼 지역사회를 이롭게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샹티에 신탁’을 설립했다. 이 민간기금은 최대 15년까지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융자를 제공하며,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돕는다. 대구에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업활동을 미소를 머금고 응원하는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의 등장을 기대한다. 기다린다. 더 좋은 대구는 반드시 있다. 여럿이 함께 공감하고 지금 십시일반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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