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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호 <국악작곡가> |
작가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예술적 매개체를 이용합니다. 그 표현법은 점차 다양해지고, 여러 추상적 표현들도 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것을 늘 갈구하는 창작자들의 굶주림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상상력의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기존 연주법의 탈피나 정형화되지 않은 기이한 음계구성, 기계적 이펙트나 악기편성 등 작가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이런 현대음악적 표현법은 미술의 추상화와 비슷한데, 대표적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또한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는 사실적인 형체를 버리고 대상과 상관없이 색채와 선, 면 등의 순수한 조형요소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고,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그 자유로움이 작가의 감정을 나타내는 좋은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칸딘스키의 작품이 음악과 밀접한 이유는 색채마다 악기의 음색과 음률을 부여하여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아서입니다. 청각적 울림을 시각적 인상으로 표현한 그의 ‘인상3, 콘서트’라는 작품은 작곡가 쇤베르크의 음악회를 다녀온 후 그린 그림으로 피아노와 청중, 소리기둥과 전체적 울림 등이 추상적으로 표현되었고, ‘즉흥19’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감명을 받고 그린 그림입니다. 그는 마치 캔버스 위의 지휘자처럼 색을 구성하였습니다. 그는 음악이 곧 그림이 될 수 있고, 그림 또한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년 시절부터 했던 첼로 연주도 그의 표현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예술가가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밖으로 표현할 때 칸딘스키처럼 소리의 울림이 주는 감동일 수도 있고, 세상에 대한 메시지이거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이나 다짐일 수도 있습니다. 국악관현악 ‘숙명’은 저의 두 번째 관현악곡으로 추상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곡을 통해 저의 숙명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습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하며 초인적인 어떠한 힘이 어둠으로부터 나에게 밀려온다. 그것은 나에게 무엇을 지시하듯 나의 몸속 깊숙이, 나의 정신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나를 제어한다. 인간의 의지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 나약한 나의 의지로는 그 힘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나의 숙명. 피할 수 없는 운명.’
필연적으로 다가온 이 음악을 나의 숙명이라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나의 모든 것인 이 음악으로 이 세상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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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표현의 방법](https://www.yeongnam.com/mnt/file/201612/20161222.01023075821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