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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겨울아침 풍경

2017-01-02
[문화산책] 겨울아침 풍경
신문광 <화가>

겨울 해는 짧지만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이 부는 날조차도 은근하다. 동지 무렵부터 설날과 대보름을 지나는 절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침 해가 크고 아름답게 보이는 시기다. 해 뜨는 광경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동해안이나 설악산 등을 찾아 나서지만 나는 번잡한 것을 넘길 자신이 없어서 그냥 편한 신발 신고서 집 근처의 가까운 강변쪽으로 나가본다.

멀리 보이는 검은 산 위로 다홍빛이 먼저 조용하게 퍼지고 순식간에 달구어진 불덩어리 한 조각이 확 올라와 눈을 뜰 수 없게 만든다. 나는 겨울 아침 해를 처음 보는 듯 감동을 받는다.

색감이 나를 사로잡고 붉은 빛깔에 마음을 빼앗긴다. 햇빛은 태양에서 직선으로 출발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고 이 땅에 쏟아지는 순간 사물에 닿으면서 반사된다. 그 순간 빛의 파장은 물체 그 자체의 색이 돼 사람들 눈에 갖가지 색깔을 자각하게 만든다. 빛의 파장이 색상을 탄생시키는 순간이다. 색깔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 고유의 감성이 아닐까.

아침 해는 순식간에 산 위로 솟아올라 밝은 빛으로 사물을 더 선명히 보이게 만든다. 그럼 나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뚜렷해진 형태들에 마음을 뺏기어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산과 나무 언덕 아래 보이는 강의 물빛에 겨울이 내려와 있고 아침 풍경이 거기에 있다. 이 계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강의 물살에는 살랑거리며 가느다란 선이 지나가고 있다. 그건 바람일 것이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선은 아침에는 흰색이 된다. 흰색은 빛을 흡수하지 않고 전부 반사하기 때문에 반짝거리고 있는 것뿐인데, 그 가늘고 짧은 선의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이 말할 수 없이 고와서 한참을 바라다본다.

그림에 바람도 그려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그냥 몇 개의 선으로밖에 표현되지 않으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전시에서 내 그림을 보는 사람 그 누구도 바람이 그저 몇 개의 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에서 상승에너지를 봤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그렇게 바람은 아침에 강물을 잠시 스치고 어디론가 날아올라가 사라졌을 것이다.

화가의 작업은 자연에서 받은 느낌과 상상으로 시작돼 실체를 표현으로 나타내지만,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을 붙잡아두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아야 한다. 잊지 않기 위해 스케치도 해 두나 때론 그렇게 기억된 밑그림만 남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라질 모든 것은 내 옆에서 아른거리는데 왠지 자꾸 겨울 아침 풍경 속에 마냥 서있고 싶다. 신문광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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