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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
매일 아침 일어나면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다. 제목·가수도 모른 채 잔잔하거나, 혹은 카페 분위기가 나거나, 조금 지난 가요를 귓전으로 흘려 들을 때가 많다. 요즘은 매달 저렴한 금액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카세트 테이프로 몇 곡을 들으면 뒤집어서 나머지 몇 곡을 듣는 식으로 음악을 들었다. 듣다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가요나 팝송의 가사를 중얼거리며 따라서 불렀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쯤이면 노래도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CD플레이어가 나왔을 땐 ‘너무 깨끗한 음질에 이런 것도 생겼구나’하며 신기했다. CD플레이어 이전에는 LP판을 돌려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도 LP판에 대한 향수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툭툭거리는 소음과 함께 정갈하지 못한 음질이 어쩌면 더 살아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예전 대학 시절 어쩌다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래의 LP판이라도 하나 사서 집에 들어갈 때면 그것을 들을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리며 좋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세월이 지나 그 LP판도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그렇다. 결핍이 있어야 결핍을 메워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생기는 것 같다. 결핍에서 그치지 않고 그 결핍을 극복하려는 아름다운 노력도 생겨난다. 요즘에는 옛날처럼 대형가수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그도 그럴듯이 부족한 부분을 첨단 음향기기가 다 보완해 주고 메워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자·소리의 떨림, 목소리의 느낌까지 바꿔준다. 좋은 음향시설이나 기기가 없던 시절에는 악기와 가수의 목소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려면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초창기 뮤지컬에 출연했던 윤복희씨도 뮤지컬 공연 도중 종종 마이크가 고장나 생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대비해 더 발성연습을 철저히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연극계에서도 요즘 젊은 배우들은 발성이나 화술 등 기본을 너무 중시하지 않는다는 선배 배우들의 얘기들이 있다.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극장의 시설은 좋아지고, 소극장 공연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매체에서 연기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정확한 전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점차 결핍이 사라져가는 요즘 세상에 시스템이나 사람들은 점점 상체 비만형이 되어간다. 그러한 인위적인 지지대가 없어지면 결핍을 망각한 인간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결핍을 망각해가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결핍인지도 모르겠다.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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