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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감사 2

2017-02-02
[문화산책] 감사 2
전태현 <성악가>

몇 달 전 서문시장에서 큰 화재가 있었고, 그 소식은 마치 내 일인듯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11년 전 부모님이 종사하던 서문시장 2지구에서도 화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집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부모님과 상의한 후 계획했던 나의 유학은 미루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 생활을 시작한지 1년쯤 지나 베를린국립음악대학교를 진학했지만 얼마 후 위기가 찾아 왔다. 한 달에 한 번 오던 지원이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얼마나 힘들게 지원해 주시는 지 잘 아는 터라 부모님께 직접 그 이유를 여쭤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전화하셨다. “아들아, 미안하다."

평소 강직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기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민이 생겼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함이 나를 자연스레 매일 새벽 교회로 인도했다. 나의 기도는 단 하나 ‘하루 빨리 직장을 주세요’였다. 열심히 공부하며 기도했고, 직장의 문인 오디션에 셀 수 없이 많이 참가했다. 어느 날 아내가 첫아이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무척 기뻤지만 무능한 가장이었기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고, 더 열심히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결과는 낙방.첫째가 태어났다. 나와 아내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했다.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생활하며 공부했고 그리고 기도했다. 하지만 오디션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며 살다가 아내에게 둘째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을 때도 정말 기뻤지만 빠듯한 살림이라 고민은 더해갔다. 그리고 성악이 내 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강력하게 두드리는 생각이 있었다. 부모님의 지원이 끊어진 후 매번 걱정했던 집세를 그래도 단 한 번도 미루지 않았고, 첫째가 태어나 식솔이 하나 더 늘었지만 밥 한 번 굶어 본 적 없었다는 사실이다. 소소한 자리에서 노래하며 돈을 벌었고, 운전이나 이사 같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고, 누군가가 익명으로 보내준 금일봉 덕분이었다.

지금 난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가장이다. 여전히 노래를 하며 살아간다. 직업 특성상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함께하지만 오늘 하루 굶지 않음에, 노래할 수 있음에, 그리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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