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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농촌 땅, 도시인이 뿌린 씨로 살리다

2017-02-03

도시-농촌을 잇는 새로운 도전, 위팜(We Farm)

버려진 농촌 땅, 도시인이 뿌린 씨로 살리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농촌을 살린다는 ‘위팜(We Farm)’ 프로젝트로 생산된 쌀. ‘위팜’은 인구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해 급속히 늘어나는 농촌의 휴경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기업과 단체가 제휴하여 휴경지를 함께 개간하고 작물을 생산하여 2차 가공, 판매까지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지역활성화랩 ‘마르텔로’ 제공>

대구 북성로 젊은이들의 프로젝트사업
사라져가는 농촌 살리고 새 연대 시도
도·농 잇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형태
작년 6월 달성 옥포 기세리서 모내기
지난달 수확물 막걸리 제조 발매 행사


일본 창성회의 좌장 마스다 히로야. 그는 ‘지방소멸’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했다.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 일본의 절반,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며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서구와 동아시아 공통의 문제지만,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일본은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다. 이는 인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도쿄는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지만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감소하여 결국 도쿄도 축소되고 일본은 파멸한다. 젊은이들을 ‘저임금으로 쓰고 버리는’ 도쿄에서 그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 그 결과 지방은 공동화하고, 도쿄는 초고령화하고 있다. 2012년 일본 평균 출산율은 1.41이지만, 도쿄는 1.09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수도권 집중은 일본보다 더 심하고 2014년 평균 출산율은 1.205, 서울의 출산율은 0.98명이다. 마스다가 시뮬레이션한 방법대로라면 30년 뒤 한국은 84개 시·군 1천383개 읍·면·동이 사라진다.

대한민국의 인구소멸위험지수도 지난해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소멸위험지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수와 20~39세 여성인구수의 비율로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인구학적인 쇠퇴 위험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수 0.5 미만으로 소멸위험에 있는 시·군 지역은 전국적으로 2014년 기준 79개였다. 2015년에는 80개, 2016년에는 84개로 늘어났다.

읍·면·동 단위로 좀더 세분하면 전체 3천483개 가운데 2천242개가 1.0을 밑돌았고 소멸위험 직전까지 떨어진 0.5 미만인 곳은 1천383개로 나타났다. 전체의 39.7%, 대한민국 40%는 이미 붕괴상태다.

0.1 미만의 고위험군은 경북도가 23개로 가장 많았다. 사실상 이미 붕괴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접어든 곳이다.

노령인구 대비 젊은 여성인구의 비중이 가장 낮은, 소멸위험 지수 1위 지역은 의성군 신평면. 전체인구 811명 가운데 고령인구는 44명, 젊은 여성은 21명으로 위험지수 0.047이다. 이런 우려가 나오면서 군 차원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사업을 육성하고 6차 산업으로서 농업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한편 일자리를 만드는 대책도 내놓았다.

정부도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인구감소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근린시설, 일자리 등을 집중 배치하는 거점마을을 조성하고 인구감소지역 발전방안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마스터 플랜도 수립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 대구 북구 북성로에서는 독특한 파티가 열렸다. 북성로의 젊은이들이 ‘위팜(We Farm)’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한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쌀로 만든 ‘북성’이라는 이름의 막걸리 발매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위팜’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프로젝트다. 농촌의 버려진 땅을 도시인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개간해 가꾸고 수확해서 술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소멸되어가는 농촌을 살리고 농촌과 도시가 새롭게 연대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시도의 결과물이다. 사람을 불러 모으고, 시스템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고,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여, 결국엔 마을을 다시 살리겠다는 이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16년 6월, 그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의 모내기에서부터 ‘위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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