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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새로운 시작 앞에서

2017-03-03
[문화산책] 새로운 시작 앞에서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시간이 어찌 이리도 빠른지. 3월, 이제 또 새로운 학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30년 가까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아이들 만나기를 반복해왔지만,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고 두근거린다. 그리고 그 책임감의 무게에 두렵기도 하다.

로렌츠의 ‘각인 이론’에 의하면 알에서 깨어난 거위는 처음 접하게 된 대상을 따라다니고 영구적인 유대를 형성한다고 한다. 로렌츠는 어미 청둥오리의 알들을 둘로 구분해 한쪽은 어미 청둥오리에게 부화하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로렌츠 자신이 부화했다. 로렌츠에 의해 부화가 된 청둥오리 새끼들은 마치 그를 자신의 어미인 양 따라다니는 행동을 보였다. 로렌츠는 이 실험을 통해 ‘각인(Imprinting)’의 개념을 제시했다.

물론 우리 학생들은 아동기를 벗어난 고등학생들이지만 첫날 첫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매우 잘 알고 있다. 난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항상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인사를 시작한다. 학생들과 내가 이렇게 스승과 제자로 만난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지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우리가 만나지 못했을 수많은 가능성, 수많은 경우의 수를 나열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렇게 만나고야 말았다고. 그러니 ‘인연을 소중히 하고 서로 아끼자’며 ‘서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보자’고 마무리짓는다.

세월이 변하고 학생들도 변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지식 전달자에 불과한 세상이라고. 학생들이 변하니 나도 변해야 했다. 요즘 학생들의 급격한 변화에 이런 ‘인연론’이 더는 먹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이 진부한 ‘인연론’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나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듬직하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힘든 순간들이 다가와도 쉽게 손 놓지 않겠다는, 나에게 다짐하는 큰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미운 오리새끼들일지라도.

그래서 올해도 항상 그래왔듯이 따뜻한 눈빛과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만남의 소중한 인연에 관해서 얘기할 것이다. “애들아,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란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만남에 대한 떨림과 설렘, 두려움 그리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될 큰 성장통을 앞두고 중요한 첫날을 시작할…. 새로운 출발선에 선 내 미운(?) 우리 새끼들아, 힘내라.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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