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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혜 <영상서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중학교 시절 배터리를 두둑히 넣어 CD플레이어를 챙기는 것과 그 안에 들어갈 CD를 고르는 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아침 일과였다. 종일 들을 음악이 제대로 선택해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CD플레이어를 넣기 위해 몇 사이즈가 큰 교복 재킷을 살 정도로 음악에 매료돼 있었다. 같은 앨범을 1년 내도록 들어도 질리지 않았고, 귀가 멍멍해질 때까지 음악을 들어도 행복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다. 어쩌다 듣는 음악이 있어도 한두 번 들어보다가 이내 지겨워져서 스마트폰에서 지우기가 일쑤다. 문득 궁금해졌다. 15년 동안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무엇이 음악에서 멀어지도록 한 것일까?
가장 큰 변화를 주었던 것은 MP3의 등장이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당시 인터넷에서는 MP3 파일로 된 음악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나는 공짜로 음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됐다. 돈을 모아 한 달에 겨우 한 장씩 음반을 사 모으던 나에게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었고 바로 MP3 시장에 뛰어들어 음악들을 수집했다. 그러나 더 많은 음악을 수집했는데도 나는 점차 음악에서 멀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은 나에게 중요한 것을 바꿔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음반을 모으던 당시 나에게 음악은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었다.
음반 하나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주말에 큰 맘을 먹고 레코드 가게에 가서 앨범을 골랐고, 앨범 재킷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앨범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를 정독하듯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어디든 들어가서 파일로 받을 수 있는 음악은 나에게 더 이상 소중한 것이 아니었고 지천에 널려 있는 파일에 불과했다. 쉽게 얻은 음악은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고 그저 소비돼 스쳐 지나갔다.
지금에서야 나는 하나를 깨달았다. 모든 것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효율성을 따지며 무언가를 삭제해 버림으로써 그 효율성 또한 나에게 그만큼의 무언가를 삭제해 간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것들이 다르다.
우리는 편리해지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어 버렸을까? 많은 것들이 편리해지고 손 쉬워지는 요즘, 나는 음악을 고르던 어린 시절의 아침을 떠올리며 먼지가 뽀얗게 쌓인 오래된 CD를 다시 꺼내든다. 박지혜 <영상서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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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음악을 듣지 않는 나에게](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4/20170404.01025075103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