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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무대 밖 나의 모습

2017-04-20
[문화산책] 무대 밖 나의 모습
김동녘 <성악가>

난 보기와는 다르게 부끄럼을 많이 탄다. 말주변도 없으며, 많이 덜렁거리고 긴장한다. 처음 나를 보는 사람들이 말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많이 놀란다.

“동녘씨는 노래 부르는 모습과 말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 같아요”라고 말하곤 한다. 무대 위의 내 모습과 말할 때의 내 모습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무대 위에선 조명으로 인해 객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자신감이 생긴다. 무대 밖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여 부끄럽다. 그래서 말하는 게 자신이 없고 종종 실수를 하게 된다. 마음과는 달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가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덜렁거리는 성격뿐만 아니라 연주 전 엄청나게 긴장을 한다. 그래서 보통 오락으로 긴장감을 풀며 말을 안 하는 편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는 동료들은 “넌 신기하게 테너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보통 테너들은 어떤 모임이건 그 모임에서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전엔 공연 전에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이런저런 말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게 까불고 놀다가 무대에 올라가면 꼭 한두 가지 실수를 했다. 그 뒤론 공연 전에 장난치는 것을 자제하고 노래에 더욱 집중하도록 노력을 한다.

나의 긴장감으로 인해 귀국한 후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오페라’란 주제의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공연이 오전 10시30분에 시작이었다. 리허설은 오전 9시였다. 오랜만에 아침에 하는 공연인 데다 그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고, 어려운 노래 중 하나인 ‘여자의 마음’을 불러야 되는 상황이라 전날부터 긴장이 되어서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날따라 잠에 들려고 하면 실수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라 오히려 잠이 깨는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살짝 눈만 감고 일어나자 했는데, 눈을 뜨니 오전 9시30분이었다. 밖에선 ‘연락이 안 된다’며 극장에서 연락을 받은 여자 친구가 문을 두들기며 난리가 났다. 그때 하필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극장에선 출연자가 연락이 닿지 않으니 난리가 났고, 다행히 여자 친구가 나를 깨우러 온 덕분에 부랴부랴 9시45분에 공연장에 도착을 했다. 연주는 무사히 끝이 났다.

이 사건 이후 오전에 공연이 있으면 더욱 긴장하게 되었고, 일찍 공연장에 가서 대기실에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버릇이 생겼다. 김동녘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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