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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설렘

2017-05-01
[문화산책] 설렘
서승은 <한국화가>

나는 ‘설렘’이란 단어를 참 좋아한다. 한국화 화가인 나는 내 인생을 결정지은 초등학교 시절 한지와의 첫 만남 순간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 감성을 요동치게 했던 그 순간의 느낌이 나의 첫 ‘설렘’이었던 것 같다.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던 나는 물감이 스며든 한지 위로 햇살이 더해졌을 때 오는 선명한 색채감에 묘한 매력을 느꼈고, 그런 한지를 들어서 햇살을 향해 들어보는 순간, 나의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에 황홀감과 함께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한지 위로 번져있는 색의 농담 차이로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다채로운 색감의 펼쳐짐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뒤로 나는 한지의 매력에 빠져 한지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수많은 재료로 즐거운 실험들을 시작하면서 한국화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렇듯 ‘설렘’은 누군가를 새로운 인생의 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지금도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좋은 한지를 고르고, 한지의 숨결을 손으로 직접 느끼며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들은 언제나 설렌다.

한지를 잘라서 물을 뿌리고 가장자리에 풀을 바른 나무 패널 위에 붙인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한지가 머금은 수분이 증발하면서 표면이 팽팽해진다. 한지 특유의 주름이 펴지면서 자연스러운 결은 더욱 선명해지고, 그렇게 깨끗하게 붙은 하얀 한지를 들여다보는 내 마음은 이내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항상 나의 모든 작업들은 그런 ‘설렘’으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영남일보 문화산책 기고 요청도 그러했다. 작업실에서 오로지 한 가지 일을 위해 살아가며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던 내 삶의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퐁당~’ 하고 떨어졌다. 그 작은 떨림의 파장이 호수 어딘가 있을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에너지로 어떤 변화를 전해줄지 모르겠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소소한 일상과 생각들을 전달키로 했다.

5월의 첫날. 모두들 자신의 삶에 새로운 작은 변화를 하나쯤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상에서 설렘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0대 청춘과 달리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서 활력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신체의 노화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몸과 생각이 이미 익숙해져버린 일상의 생활로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승은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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