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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진 |
최근 2년간 여러 가지 일로 제주행 비행기를 50번 넘게 탔다. 거의 홀로 출장을 갈 때가 많아서, 가장 늦게 타도 되는 반면 빨리 내릴 수 있는 통로 쪽 좌석을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마음과 일의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날에는, 먼저 자리 잡아야 하고 나중에 내려야 하는 창쪽 좌석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날도 나는 창쪽 좌석을 예약했고 앞 순서로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옆 두 좌석에는 연세가 지긋한 부부가 탔다. 그런데 이륙하자마자 옆 좌석에 앉은 부인이 자꾸 나의 창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팔걸이도 다 차지하고 테이블도 폈다 접었다 해서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옆 좌석의 그분께 서로의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한두 번 거절하다가 이내 고맙다고 하며 좋아했다. 좁은 곳에서 서로의 짐을 옮겨 좌석을 바꾸자 그분은 비행기 창에서 얼굴을 뗄 줄 몰랐다.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 비행기를 함께 탔을 때도 그랬다. “하늘만 봐도 좋다. 이걸로 난 여행을 다했다. 하늘이 너무너무 좋다.” 어머니께서도 그러셨다.
음료수 한 잔을 접이식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턱을 괸 채로 두 시간 정도 꼼짝도 않으셨다. 난 부모님에 대해 참 모르는 게 많았다. 어떤 자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장면을 보았고 또 무엇을 상상하며 사는지 잘 몰랐다. 옆 좌석의 그분도 어머니와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가족 여행으로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어요. 모든 것이 참 신기하네요.” 커피와 주스를 각각 한 잔씩 받은 뒤에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창가 자리는 옆 자리의 동행자와 함께 여행 최고의 낭만이다. 나는 창으로부터의 풍경을 기꺼이 선물한 대신 내 가방 안에 들어있던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몇 페이지 읽었다. ‘고독이 하는 말을 들어라. 자신이 하는 말이 아닌.’ 이 문장에 줄을 그었다. 그분은 착륙할 때까지도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도 몇 장 찍으셨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다채롭게 채워진 여정이겠지만, 지금이 바로 그분에게는 최초의 자유와 고독의 순간, 여행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창 앞에 서야만 자연과 인간의 시계에 맞춰 찾아오는 상념의 손님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노래와 그림과 글 속에서 발견하듯, 일상의 공간에서 현실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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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자신만의 창](https://www.yeongnam.com/mnt/file/201705/20170503.01016074918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