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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엄마의 옷차림

2017-05-26
[문화산책] 엄마의 옷차림

엄마의 옷차림은 어떠해야 할까? 학부모 총회가 있는 3월, 고3 아들을 둔 친구 숙희(가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하였다. 숙희는 20대 초반에 결혼했다. 은행원이던 남편은 사업가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으나 지금은 성공한 남편 덕에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숙희는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자 형편이 어려워 옷을 살 엄두도 못 냈다. 20대에 40대 아줌마들처럼 ‘몸뻬’ 바지를 입었고, 아이도 예쁜 것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키웠다.

형편이 좀 나아지자 나이는 들었지만 아가씨처럼 예쁘게 꾸미고 싶었다. 가수 ‘소녀시대’의 멤버처럼 스키니진을 입고, 하얀 블라우스에 긴 생머리, 머리에는 명품 선글라스를 얹고 다녔다.

몸매 관리도 해서 뒷모습은 완전히 20대 아가씨였다. 숙희는 젊어 보이고 아가씨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사말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젊어 보이는 옷을 입고 나갔고, 아들의 학교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도 젊어 보이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학교에서 숙희 아들은 엄마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아들이 친구와 있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가가고 있는데, 아들의 친구가 말했다.

“저기 저 여자, 니 아는 사람이가? 자꾸 우리 보고 웃는다.” 그 순간 아들이 친구의 팔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니, 모르는 여잔데!”

숙희는 아들이 자신을 모르는 여자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소리를 듣자, 기분도 나쁘고 억울하고 몹시도 화가 났다. 급기야 집에 온 아들에게 “모르는 여자 집에 왜 왔노? 퍼뜩 나가라!”며 큰소리를 쳤다.

숙희의 요청으로 숙희의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엄마가 엄마답지 않게 옷을 입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평범하게 옷을 입고 다니면 좋겠는데 엄마의 옷차림은 뭔가 어색하고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아들의 속마음을 알고 나서 숙희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명품보다는 여느 엄마들처럼 어른스럽게 옷차림을 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아들이 싫어하면 그 옷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모르는 여자’보다는 ‘엄마’가 더 좋은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도기봉 <꿈바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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